교육 정책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여 항상 새 정권의 출범 초기에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의 영어몰입교육이라는 새로운 정책은 그 간의 어떠한 정책들과는 달리 근본적인 교육정책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불러올 만 하다.
언어라는 것은 생활이자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이다. 한 개인의 사회, 혹은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도구이며 태어나면서부터 온 몸으로 습득하게 되는 의사전달 도구가 된다. 이러한 언어를 초등학교 혹은 그 이하 유치원 등의 교육 시스템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다만 그 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에 대한 지식을 문자화하고 체계화시켜 가는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언어생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언어학적인 고찰이나 전문적인 국어 연구와는 틀린 얘기라는 점은 이해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그 동안의 한국의 영어교육 방식은 체험과 습득을 통한 배움이 아닌 기타 과목과 같이 교실 내에서만 수업을 통한 교육이었기에 피교육자에게 문자화된 지식은 줄 수 있었지만 근본적 언어에 대한 체험적 지식까지는 줄 수 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처럼 영어를 기타 과목과 같이 분류하여 하루에 정해진 시간동안 영어만을 위한 공부를 한다면 그러한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과학, 수학 등의 이과 과목과 같이 언어적, 문화적 충돌이 덜 할 과목들에 대하여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득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리핀에서는 영어와 그들의 고유언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공교육에서도 두 가지 언어가 혼용되고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이다. 필리핀의 사회제도가 미국의 통치 하에 있었기에 많은 점에서 미국과 유사하고 따라서 영어의 사용이 어쩌면 오히려 자유스럽다 할 지라도 그들은 두 언어를 적절히 잘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국제사회에 진출해 있는 영어의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필리핀인들이나 인도인들은 그들의 현재 경제적 상황에 비하여는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영어의 공용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새로운 사대주의, 식민주의적 사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작게는 사교육비의 증가 우려에까지 부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때 영어몰입교육 정책이 가져올 파장은 클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민 와서 1세대로 살면서 가지는 언어적인 고충을 고려할 때 필자로서도 적극 찬성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가끔 미국 교포 2세들과 대화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언어적인 충돌을 의미함이 아니다. 다른 사회에서 살면서 생긴 문화적 사고 방식의 차이가 가져오는 혼선이기 때문이지 언어적인 이질감 때문에 대화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면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를 공용화한다고 해서 국가 정체성이나 민족성이 변질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우리가 바라보는 자아에 대한 자긍심의 문제가 더 중요할 것이다.
갈수록 세계 속에서 다른 국가 혹은 사회와의 물리적인 거리와 문화적, 사회적 거리가 좁아지는 현 시점에서 영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도구이다.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 되었으면 한다. 그 동안의 영어에 대한 밋밋한 기존 정책의 부분적 변경에서 벗어나서 이러한 정책이 설립되었다는 점은 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정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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