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경목사(엠베리연합감리교회)
청소년기에 해방을 맞은 나는 6.25 동란을 겪으며 비전도 없고 야망도 없고 꿈도 없는 암울한 시대를 지내왔다. 그 이유는 가난과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 부도덕, 폭력, 사기, 절도 등등 넘실거리는 사회악과 그 부조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밝혀 알 수 없는 인생의 고뇌 때문이었다. 이러한 나에게 어느 날 보이지도 않고 만나 볼 수도 없는 예수에 대한 소문이 들려 왔다. 물 위로 걷고 5병2어의 기적을 일으키고, 돌에 맞아 죽어야할 간음한 여인도 용서했다는 등의 소문이었다. 그 소문 중에 들려온 예수의 한 말씀은 이러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워라. 그리하면 너의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마11:28-29).
그토록 알 수 없는 세상의 수고와 집에 시달리던 나는 예수께로 나갔다. 추하고, 흉물스럽고, 비천하고,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모습 그래도 예수께 나갔으나 예수님은 이러한 나를 자비로운 가슴으로 맞아 주셨다. 어쩔 줄을 모르고 나는 그냥 예수님 앞에 서있기만 하였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네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짐을 내려놓은 것인지를 몰라서 또 그대로 서 있었더니, 예수님이 “그렇게 힘들게 서 있지 말고 내 등에 업혀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비천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몸을 염치를 불고하고 예수님의 등에 업혔다. 그 순간 나는 믿는다는 것은 의지하는 것이며, 의지한다는 것은 나를 의탁하여 그 등에
업힌다는 것을 깨달아 알게 되었다.
은행(銀行)은 믿을 수 있는 좋은 기관이다. 그러나 그 좋은 믿을 수 있는 기관에 나의 돈을 갖다 맡기지 않으면 그 은행은 나와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 것처럼, 예수님은 메시아요 좋으신 분이시나 내가 예수님께 내 인생을 맡기지 않으면 예수님과 나 와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예수님의 등에 업힌 나는 이제 어디로 가든지 전적으로 예수님이 가시는 대로 등에 업힌 채 따라가기만 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오기도 하였으나 도중에 내린다고 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따라가 보니 빌라도의 법정이요, 으스스한 갈보리산위의 십자가 형장이었다. 나를 업으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고 그 양손과 양발에 못이 박히는 것이었다.
로마 병정들이 예수의 등에 업힌 죄인인 나를 찌르기 위하여 나를 업은 예수님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깊숙이 찔렀다. 그 찌른 창(槍)이 얼마나 길고 날카로운지, 예수님의 몸을 지나 내 몸까지 찔렀다. 창에 찔린 예수님의 몸에서는 죄 없는 깨끗한 피가 강물같이 흘러내렸다. 예수님의 피가 강(江)에 버려진 온갖 오물과 더러운 쓰레기들을 씻어 내리는 것이었다. 예수님을 찌른 그 창이 나의 몸도 찔러서 나의 몸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예수님의 몸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피가 흐르는데 내 몸에서는 검고 끈적끈적한 죄의 피가 흘렀다. 더럽고 끈적끈적한 나의 피가 예수님의 깨끗한 피에 씻겨 내려갔다.
내 몸에서 죄의 무거운 피가 다 흘러 내려 몸이 가벼워졌을 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일어나시고 다시 살아 나셨다. 그 등에 업혀 같이 죽었던 나도 살아나게 되었다.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구주와 함께 나 살았도다...” 예수님의 붉은 피가 죄에 찌든 나를 정케 하시고 죄로 죽었던 나를 살아나게 하셨다. 예수님의 죽음은 어떤 죽음이었나? 선악과의 금령을 어겨, 불순종과 불신앙의 죄를 지어 죽어야 할 죄인의 죽음을 대신한 죽음이었다. 매년 다가오는 사순절은 얼어붙은 겨울이 녹고 따뜻한 봄과 함께 다가온다.
생동하는 봄의 환희와 함께 예수님 고난당하신 비탄과 회개의 정서가 함께 어우러져 다가온다. 매우 감상적인 파토스에 잡히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계절에 우리는 정령 죽어야 할 ‘나’ 까닭에 십자가 위에서 고난당하시고 피 흘리고 계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발견하고, 나는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발견하는 계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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