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의 박빙 대결에서 승리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9일 밤 서울 영등포동 당사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비례대표 2번 이한정 후보, 오른쪽은 3번 유원일 후보.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 9일 밤 실시된 18대 총선 개표는 환호와 긴장, 탄식이 엇갈린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동시에 발표된 주요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5석, 최대 184석의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도되자 한나라당 당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반면 통합민주당은 68∼93석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보도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박희태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정몽준 전재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후보들은 여의도 당사에서 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개표작업이 진행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실제 결과가 방송사 출구조사보다는 다소 줄어들어 과반의석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18대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수행할 전위부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측근 20여명 가운데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등 9명이 낙선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당산동 당사 개표 상황실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의 표정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그것보다 한층 어두웠다. 손학규 대표와 강금실 김원기 공동선대위원장, 김효석 정세균 천정배 원혜영 의원 등 지도부들은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단독 개헌저지선은 물론 제1야당으로서의 심리적 저지선인 85석을 넘기 어렵다는 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111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20여석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에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전멸 수준이라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방송사 출구조사가 사실로 드러나고 비례대표를 합해 80석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그 정도면 선방한 것 아니냐며 자위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의석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객관적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18대 총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전국적으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한데다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가 선전하면서 양대 정당의 의석을 상당 부분 잠식했기때문이었다.
범보수 진영의 신생정당인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자유선진당은 출구조사에서 10∼18석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실제 개표에서도 충청권 지역구에서만 14석을 얻는 데 그쳐 비례대표를 합하더라도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는 결과가 나오자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다.
선진당은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이용희 후보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깜짝 당선을 일궈낸 데서 위안을 찾는 분위기였다.
총선 직전 갈라선 진보진영의 두 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희비가 교차했다. 민노당은 권영길 경남 창원을에서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를, 강기갑 후보가 경남 사천에서 한나라당 신(新)실세인 이방호 사무총장을 각각 꺾고 당선된데다 비례대표에서도 3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자 환호했다.
비록 지난 17대 총선 10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얻은 것에 비하면 당세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간판급 인사인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이 각각 서울 노원병과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데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도 실패함으로써 18대 국회에서 존재기반을 완전히 잃게 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노회찬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를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결국 2천400여표 차이로 패배해 당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더했다.
대선 이후 존재감을 잃고 있던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가 서울 은평을에서 한나라당 실세인 이재오 의원을 개표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조금씩 격차를 벌려가자 `문국현’을 연호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덤으로 비례대표도 1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당투표 개표를 지켜보며 소박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