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이 대학본부 앞에 마련된 추모비를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 공대 참사가 발생한지 16일로 1년이 된다. 참사의 범인이 한인 조승희군이었기에 미주 한인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캠퍼스는 활짝 터뜨린 개나리꽃과 벚꽃의 꽃망울로 평온했다. 푸른 잔디가 무성한 대학본부 앞 대운동장에선 야외활동을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일부 학생들은 벚나무 아래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웃옷을 훌렁 벗어버리고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봄볕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학생도 눈에 들어왔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추모비 앞 “생일 축하해 친구야”
■대학본부앞 추모비에 추모객 행렬
운동장 중앙 부분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 흰색의 돌벽과 그 돌벽을 호위하듯 빙 둘러선 32개의 직육면체의 작은 돌들로 만들어진 추모비가 설립됐다.
추모석 각각의 윗면에는 참사로 희생당한 32명 교수와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 추모석 앞에는 이 곳을 찾았다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던 듯 노트를 찢어서 즉석에서 쓴 추모의 글이 남겨져 있어 시선을 끌었다.
며칠 전 21세 생일을 맞은 레슬리 제럴딘 셔먼의 추모석 앞에는 샴페인과 선물인 듯한 보석 귀고이, 하트 마크와 함께 “Happy Birthday, We love Leslie”라고 적은 생일 축하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추모비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노리스홀 강의실 창문에 성조기
비극의 현장 노리스홀은 작년 8월까지 폐쇄됐다가 지금은 기계공학과 과사무실 및 교수, 대학원생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이곳 노리스홀을 `평화 및 폭력방지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리스홀을 비롯해 각 강의실 건물 주변에는 `Emergency’(비상사태)라고 글씨가 적힌 파란색 전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대학측은 사건 이후 당초 기숙사에서 조승희가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제대로 대응 않고 사건을 방치, 2차 범죄가 가능했었다는 등 학교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란색 비상 등은 학생들에게 긴급상황임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일환이다.
■다양한 추모행사 계획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 1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6일을 `추모기념일’로 정해 하루 동안 휴강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추모식과 추모 촛불집회 등이 열릴 예정이며 이날 `4월16일: 기억, 인식, 치유’라는 제목으로 4.16 참사 관련 전시회와 댄스 공연, 음악회,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계획돼 있다.
■한인학생들 “참사 후 불이익 당한 일 없어 ”
범인이 한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보복’을 우려하며 가슴 졸여야 했던 한인 학생들은 “참사 이후 한국계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국학생들은 “한국인들이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낀 것과 달리 미국인들을 총기사건을 철저히 조승희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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