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취재2부 경제특집부장)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뉴욕을 방문했다.
뉴욕의 첫날에는 공항 영접부터 차세대 한인과의 대화, 동포간담회,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 등의 행사가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뉴욕증권거래소 방문, 미국 재계 최고경영자와의 오찬, 한국 투자설명회 등이 있었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로 떠났다.
이 대통령의 쉴틈 없이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뉴욕 한인사회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다. 한미 동맹 문제와 한미 FTA, 새 대통령에 대한 관심 등으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였으며, 이런 관심에 걸맞게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그중 하나는 영어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재계 지도자 오찬과 투자 설명회에서 영어로 기조연설을 했다. 개인적으로 느낄 때 이 대통령의 나이와 경력 등을 감안할 때 유창한 영어라 할 만 했다.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지상사 영어’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데 불편이 없어보였다. (지상사 영어는 한국말 억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영어로 말하는 식이다.)그런데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한인들의 반응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영어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적인 자존심 차원에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프랑스나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에 오더라도 개인적인 담화를 나눌 때가 아닌 공식 석상에서 영어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어설프게 영어로 말함으로써 의미 전달이나 표현 등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으며 정확한 의미 전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미국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영어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통역을 통해 번거롭게 말하는 것보다 편리하며, 오히려 미국인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교때부터 영어 몰입 교육을 하자고 주장했다가 철회한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가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영어가 아무리 유창하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중요한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소통은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며, 그 전달 방법이 반드시 대통령 본인의 영어 회화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어만 잘하면 모든 것이 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하는 사람이 어떤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소통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난 80, 90년대 당시 한인 이민자들도 영어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자녀들이 한국어를 못해도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2세들에게 한국어가 경쟁력이 된다는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에 열을 내고 있다.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대통령의 영어를 들으면서 영어 구사 능력은 실력이지만 영어 자체가 실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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