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1부 부장대우)
퀸즈와 브롱스,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의 학부모들이 요즘 뉴욕시 교육청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 퀸즈 25·26학군을 포함하는 한인 밀집지역의 한인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다.
본보가 이미 보도한대로 시 교육청이 올해부터 일원화시킨 시내 영재 프로그램의 유치원과 1학년 입학생 선발을 앞두고 올 초 입학시험을 치른 프리-킨더가튼 학생들에게 입학자격 여부를 통보한지 며칠 되지 않아 다시 내년에 1학년 입학생으로 재도전하라는 황당한 통보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시 교육청이 학부모를 우롱했다며 집단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학교나 지역단위로 항의 시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 교육청은 ‘퀸즈를 포함한 일부 지역의 유치원 영재프로그램 추가 개설 계획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시 교육청은 영재 프로그램이 없는 학군이라도 지능검사 등 입학시험을 통과해 자격조건을 갖춘 학생이 최소 10명 이상이면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 퀸즈 26학군은 명성 높은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유치원 과정은 수년 전에 없어진 상태여서 올해는 기대가 컸었다.
뿐만 아니라 시 교육청은 전례 없이 한국어 설명회까지 별도로 열며 소수계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국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열띤 홍보에 나섰었다. 워낙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한인학부모들도 ‘혹시나’라는 기대감으로 자녀들의 입학시험 결과를 기다려왔기에 시 교육청의 이번 처사를 바라보며 황당함과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입학시험에서 행운을 빈다며 ‘Good Luck Next Year’라는 약 올리는듯한 인사말도 달갑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에 입학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학시험에 응시하느라 끙끙댔고 시험을 치르느라 낭비한 세금과 시간까지 따져보면 엄청난 손해를 입힌 셈이다. 한 한인학부모는 그간 시 교육청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교육청의 공식 해명을 요구해왔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2주 이상 ‘조만간 답변을 주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할 뿐 직접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내 공립학교의 개혁과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수억 달러의 예산을 컨설팅 비용으로 날려버리기도 했던 시 교육청은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영재 프로그램 입학신청서 제출마감이 14일로 다가오고 있다. 시 교육청이 진정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면 이번에 입학시험을 치러 자격조건을 갖춘 학생들에게는 최소한 내년에 1학년 영재 프로그램 입학이라도 보장해주는 등 나름대로 학부모들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잔뜩 뿔이 난 학부모들이 뉴욕판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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