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컬럼비아 대학교 밀러극장에서 열린 ‘한국 거장 작곡가의 밤(from East to West)’에서 자신의 작품 ‘바리’를 미국 초연한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표적인 민족음악의 이론가 겸 실천가로 알려져 왔다.
변혁운동이 한국 사회를 휩쓸던 80년대 후반 ‘민족음악’ 창간을 주도하고 민족음악연구회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적 음악 양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통해 새로운 한국음악의 지평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이제는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민족음악이라는 개념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대에 비해 약한 입장이었을 때는 강하고 공격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 “이제는 20년전에 비해 조건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너무 우리 것만 강조하다 보면 편협한 민족주의나 심지어 국수주의로 비쳐줄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민족음악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내세웠던 서양음악에의 종속성과 계층간 음악의 분리라는 두가지 문제점이 다소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민족음악은 전통음악이라는 기계적인 등식을 거부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된 이교수의 작품 ‘바리’는 제주도의 전통설화인 바리데기 공주를 모티브로 하면서도 가장 서양적인 음악 장르인 발레곡의 형식으로 작고됐다. 이 교수는 또한 한국 음악계의 전체적인 작곡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수가 늘어나고 수준도 향상되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한국 작곡가의 곡이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듣기가 쉽지 않네요.” 이번 공연을 계기로 뉴욕에서 좀 더 활발하게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무대가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울대와 프랑크프루트 음대에서 공부한 이 교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분과 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무용제 음악상, KBS 국악대상, 김수근문화상, 1998년 금호음악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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