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제치고 한국, 중국, 대만인 방문자 두 배 증가
일본 관광을 간다는 건 많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 때에는 그저 꿈에 불과했었다. 일본의 물가가 보통 비싼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그러니 생각뿐이고 감히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게 일본 여행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일본은 아시아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게 됐다. 여 보란 듯이 고급 백화점에서 고가의 명품을 마구사재기 한다. 일본의 유명 온천장은 역시 만원이다. 일본의 최북단 원시림이나, 깊은 산에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하나같이 아시아국가 관광객들로 일본열도는 아시아관광객 쇄도현상을 맞고 있다.
명품 백화점은 ‘돈 못써 안달인’ 중국인들로 북적
동북아지역 ‘경제력 평준화’가 가져온 새로운 현상
아시아인 방문객 쇄도현상은 분명 비틀거리고 있는 일본의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동시에 이는 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지역의 하나인 아시아의 경제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일본인은 한 때 해외에 나가 물 쓰듯 돈을 쓰는 관광객으로 유명했다. 홍콩이나, 뉴욕의 고급 부티크에 이르기까지 일본인 관광객 천지였다. 그러나 10년 이상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 경제는 쇠퇴를 거듭했다. 반면 이웃인 한국, 중국, 대만 등지의 생활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이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 일본을 따라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아시아에서 우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장기불황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해외관광객 숫자는 계속 감소해왔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이 피크를 이룬 해는 2000년으로 이해에 1,780여만의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에 나섰다. 이후 일본인 해외 여행자수는 3%정도 줄었다.
연령별로 분류하면 특히 20대 젊은 층의 해외여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40%가 감소, 지난해의 경우 280여만의 일본의 20대가 해외여행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 하락에다가 보다 검소해진 라이프스타일이 이 같은 젊은 세대의 해외여행을 감소시켰다는 분석이다.
대조적으로 한국, 대만, 중국, 홍콩 등지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는 지난해 536만 여명을 기록해 5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이 네 나라 출신 관광객 수는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인구의 3분의2에 이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몰려든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하락세에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그러나 그런 염려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변화를 오히려 받아들이는 자세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도 일조를 했다. 5년 전 관광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경우 한국과 대만인에게 무비자를 허용한 것이다.
많은 일본인들은 이제 아시아국가 방문객들을 인구고령화로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일본경제에 재정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한다. “아시아국가 간의 경제적 파워의 갭이 메워져가고 있다. 그 사실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일본인들은 점차 깨닫고 있다.” 와세다 대학 정경학부 교수 후쿠가와 유키코의 말이다.
도쿄의 긴자 쇼핑가는 요즘 부유한 아시아 관광객들로 흥청망청 댄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들이다. 때문에 업주들은 저마다 중국어 사용가능한 종업원 경쟁을 벌이고 있고 또 중국화폐까지 준비해 거스름돈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쿄에서 가장 화려한 백화점의 하나인 미쯔코시에서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은 고급 브랜드의 일본제와 유럽제 옷이나 핸드백들을 보통 12개 이상 구입한다. 그들은 또 그림이나 손목시계 등 구입에 수십만 달러를 쓴다. 이들은 대부분이 즉흥적으로 이 같이 고급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는 게 백화점 관계자의 말이다.
1980년대 일본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달리던 시절 이후 처음으로 이처럼 손 큰 손님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국 관광객들은 우리의 새로운 마켓이 되고 있다.” 이어지는 백화점 관계자의 말이다.
많은 아시아 관광객들은 쇼핑을 관광의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 가면 최신 패션의 모든 의상을 구할 수 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다른 아시아국 백화점에 비해 값이 오히려 싸다는 점이다. 관세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가까고, 안전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깨끗하다는 점에서 일본을 찾고 있다.
다양한 대중문화도 관광매력의 포인트
적지 않은 아시아국 관광객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매력에 빠져 일본을 찾기도 한다. 일종의 일본문화 매니아들로, 이들은 하이텍, 패션, 그밖에 대중문화분야에서 가장 앞선 일본을 체험하기 위해 일본 나들이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일본은 완전히 선진대열에 들어선 국가로서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는 일본과 문화적으로 상당히 밀접한 관계임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이 앞서 있다. 그 일본이라는 사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기를 원한다.” 한 대만 관광객의 말이다.
대만정부 당국에 따르면 대만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는 홍콩, 마카오 순이었다. 지난해 일본은 마카오를 제치고 두 번째로 많은 대만인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관광당국 관계자들은 이 같은 아시아국 관광객 쇄도현상은 예기치 않은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일본의 관계당국은 오는2010년까지 일본을 찾는 해외관관광객 수를 1,000만으로 늘린다는 계획과 함께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이들이 바라본 것은 미국과 유럽국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꾸역꾸역 몰려드는 것이었다. 대신 몰려든 게 아시아국 관광객들이다. 1980년대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 중 최대그룹은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어 한국, 대만, 중국 다음으로 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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