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으로 불거진 촛불시위, 북한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 독도문제등 한국정부의 외교라인 아니 외교부의 외교능력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 대신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리앙쿠르 岩)’라는 지명을 사용한 지 30년이 넘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기자도 미주 한인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런 시점에 지난주 와이파후 하와이 플랜테이션 빌리지에서 열린 하와이 초기이민 국가의 국기게양식에서 보여준 한국 공관의 결례는 한국 외교부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터전을 그대로 보존, 하와이 후손들에 이민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에서는 25일 필리핀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비롯한 초기이민자들의 모국인 9개국의 국기 게양대 헌정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필리핀 총영사와 일본 총영사 등 각국 외교사절과 주정부와 시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그러나 이곳에 휘날릴 태극기를 기증한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 관계자는 어쩐 일인지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불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애초 신임 총영사를 초청하려고 했지만 공관측에서는 “일본과 필리핀 측에서 총영사가 참석치 않을 경우 의전상 모양새가 좋지않다”며 민원담당 영사가 참석키로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민원담당 영사는 지난 18일 하와이에 연수차 방문해 호텔 수영장에 빠져 뇌사상태에 빠졌던 학생문제를 처리하고는 휴가에 들어갔고 와이파후 행사 참석은 다른 영사가 대신 참석키로 했었다는 것.
이날 취재현장에서 기자는 다민족 사회 하와이에서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잘 아는 공관원이었다면 이날의 헤프닝을 만들진 못했으리라는 생각과 더불어 문득 최근 독도문제로 불거지는 한국 외교부의 외교력 문제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신임 총영사 부임 후 공관내 업무조율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거나 기존 공관원들의 부임지에 대한 현황 파악 미숙은 물론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안이한 태도가 다민족대표들이 참석하는 공식 석상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불참하는 무례를 범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일장기도 함께 휘날리고 있는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의 한국관은 하와이 한인이민100주년을 전후해 사탕수수 농장 이민자의 후예인 프랭크 민 옹이 사재를 털어 조성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이민 선조들은 일제 강점하의 조국의 무관심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독립자금을 보태고 주류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며 한민족의 위상을 높여왔다. 그 저력은 2003년 미주한인이민100주년 행사를 통해 확인 된 바 있다.
이민의 뿌리가 깊은 이곳 하와이 동포들은 철새처럼 왔다가는 한국 외교관들에게 세련되고 거창한 외교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임기동안 부임지 동포들에게 조국을 대신해 믿음을 주고 격려를 해 주는 최소한의 외교활동을 기대할 뿐이다.
<김민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