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자(의사)
2008년 지구촌 올림픽 잔치가 끝난 다음 날, 이탈리안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들은 무대에서 중국 가수들이 입었던 흘러내리는 듯한 옆선이 발목 아래까지 터져있는 전통의상이 너무나 관능적이고 아름답다고 한다.
보석이 반짝이고 연꽃 모양의 수를 놓은 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연출해 내는 율동과 감미로운 고전음악은 매혹적이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나는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은 더욱 우아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별 반응이 없다. 그들은 올림픽 폐막식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선수 중 한 명이 탑승계단에 올라서서 5,000년의 중국 문명을 수놓은 대서사시와 같은 두루마리 족자를 펼치는 영상화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거대한 두루마리 화면에, 함께 죽간을 든 3,000명의 공자 제자들이 입장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그러나 기독교 종교의 뿌리를 지닌 미국인들이 현대적 부활의 공자사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지금 중국은 공자 사상이 되살아나고 있다.올림픽 선수들이 묵고있는 숙소 입구에도 공자의 상이 모셔졌다고 한다. 중국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유교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정치전략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2500년 동안 동아시아 문화를 지배한 유교사상은 수 천년 묵은 거목이다. 광활한 땅에 축적된 유교사상의 수액을 펌프처럼 빨아올려 고목에 다시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공자 제사를 국가가 주관하여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학교에서는 공자의 유교 경전을 가르친다. 공자학원이 지구촌에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유학을 통해 중국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다.또한 군사력과 경제적인 힘으로 누르는 초강대국이 아닌 윤리의 질서로 세계를 지배한다는 뜻이다.이번 베이징 올림픽 행사의 원동력은 통역, 걸레질, 쓰레기 치우기, 길을 안내하면서 뛰었던 중국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중국의 미래의 얼굴이다.그들은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그들의 부모는 악명을 떨쳤던 홍위병들이다.
홍위병은 누구인가. 현대판 진시황인 모택동이 이끌었던 1965년에서부터 10년간 중국을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었던 풀뿌리 운동인 문화대혁명의 주역들이다. 그 때 10대 청소년들이었던 홍위병들은 봉건시대의 낡은 것을 파괴한다는 구호를 부르짖으며 전통문화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보다 더 잔혹하게 지식인들의 책을 불태우고 재산과 목숨을 빼앗은 인간사냥에 나섰다.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청소년들은 광기어린 폭력집단으로 수 천년 동안 이어온 사찰, 골동품, 서예, 조각상들을 닥치는대로 때려부셨다.
거대한 중국대륙 땅덩어리는 산산조각난 인류 문화유산이 쌓인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이 때는 공자의 수난시대였다. 홍위병들은 공자는 봉건사상의 원흉이라고 비판, 대성전의 공자상의 눈알을 뽑고 밖으로 끌어내어 박살을 내었다. 이 때 덕분에 중국여인들은 공자의 남자 우월주의의 산물이었던 여성 학대의 족쇄에서 풀려났다.기형적인 작은 발로 가죽신을 신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걸었던 중국 여인의 전족은 역사 속에서 영구히 사라졌다.
8월 22일은 악몽의 문화대혁명의 막을 내리고 중국의 빗장을 열어 개방을 추진한 작은 거인 등소평이 태어난지 104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제 홍위병들은 50줄이 되었다. 홍위병의 자식들은 기존 윤리를 잃어버린 황무지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곧 디지털시대로 이어졌고 파괴된 전통문화의 복구 작업에 나섰다.베이징 올림픽은 아편전쟁에서 패한 후 서구 열강에 국토를 유린당한 굴욕을 극복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념비같은 행사였다.세계인들은 세계 공장인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 식품을 매일 먹고, 그들이 만든 타이어로 굴러가는 자동차를 타고다닐 것이다.
21세기 글로벌시대의 공자사상의 부활은 어떤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일까? 서구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개념과 유교사상을 접목시켜 중화주의로 세계 질서를 움직이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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