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AP=연합뉴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를 맞고 있지만,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올해에도 예년 수준과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9대 은행이 올해 지급할 임금의 총액은 약 1천8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시티그룹의 경우 올해 1-9월 지급한 임금의 총액이 지난해보다 4% 증가한 259억 달러에 달해, 경영 위기에 대처한다며 2만3천명의 직원을 감원한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시티그룹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과 함께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대상으로 선정된 회사다. 이들은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대신 최고경영자(CEO)의 임금과 보너스 수준을 제한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물론 보너스를 줄이며 자성에 나선 기업도 있다. 올해 지급할 임금 총액을 지난해 수준보다 3% 줄인 메릴린치나 3분기 보너스 지급액을 전년 동기 대비 37%나 줄인 뱅크오브뉴욕멜론, 마틴 설리번 전 CEO에 대한 잔여 성과급 1천900만 달러의 지급을 중단하고 퇴직 임원 성과급 충당금 6억달러도 동결하겠다고 밝힌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 총액을 줄이지 않고 있어, 엄청난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회사들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 검찰총장은 시민들은 평생 저축한 것을 날려버린데 이어, 이제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 필요한 돈까지 낼 것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금융기관들이 계속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은 고통받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장 역시 월가의 보너스 동결을 촉구하고 나섰고,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의원도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금융기관들이 성과급 잔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rainmak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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