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박사
동서문화센터 연구원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던 한국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구성하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건국 당시 한국은 안보는 말할 것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생존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나라였다.
압제에서 벗어난 반작용으로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었지만 남북분단과 좌우 이념대립까지 겹쳐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였다. 미군정도 속수무책이어서 사태만 악화시키다가 무조건 철수하려 하면서 정부수립을 서둘렀던 것이다.
경제는 완전 파탄지경이었다. 일본이 한반도 경제를 일본에 종속시켜 남한지역은 일본을 위한 쌀 생산지로, 북한지역에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일본과 만주국을 위한 공업지대로 만들었다. 해방이 되자 남한경제는 북한의 자원과 공업시설 그리고 일본으로부터 단절되어 빈사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한반도 공업시설의 75%를 차지했고 북한의 공업생산액은 한반도 전체의 70%에 달했으며 전력생산도 96%를 차지했다. 한반도는 해방 전에는 무역의 95%를 일본에 의존했으나 일본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원자재는 물론 석유, 석탄 등 긴요한 물자도 조달할 수 없었다.
북에서 전기공급을 중단하자 남한의 모든 생산시설이 멈춰섰고, 북에서 비료공급을 중단하자 식량생산도 크게 줄어들었으며, 석탄 공급을 중단하자 기차도 움직이지 못하는 등 운수교통이 마비되었다.
식량이나 물자가 태부족인데도 남한인구는 북한의 두 배에 달했다. 해방과 더불어 귀환한 동포와 공산탄압에서 탈출한 월남민 등 주거지와 직장이 없는 300만 이상의 피난민이 살길을 찾아 발버둥치고 있었다. 1천만명의 노동인력 가운데 절반밖에 직장을 갖지 못했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어 올랐다.
그래서 미군정은 미군 철수 후 2개월도 안 돼 한국은 “소달구지 경제”로 전락할 것이며 9백만의 도시 주민들은 아사지경에 빠질 것이고 미국에서 들여오던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모든 교통수단은 10일 내에 마비될 것이라 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형편으로 인해 남한은 “불씨를 갖다 대면 곧 폭발할 수 있는 폭발물”에 비유되었다. 공산분자들은 이 같은 혼란을 공산혁명의 기회로 삼았다. 그들은 원래 남한지역에서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해방 후 혼란을 틈타 크게 확장되었다. 그들은 파업과 태업, 시위와 폭동, 테러와 살인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란을 조성하여 이승만정부를 전복하려 했다.
공산세력은 미군 철수를 남한 공산화의 기회로 보고 무장 게릴라를 조직했고 북에서도 수많은 훈련된 게릴라를 내려 보냈다. 경상남도에서는 1천여명의 게릴라부대 창설 계획이 발각되기도 했고 제주에서는 4.3사건 이후 거의 1년동안 좌익 게릴라들이 활개치고 있었다. 미군 철수 후 좌익세력이 남한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승만 정부는 매우 취약하여 농촌지역에 행정력과 치안력이 미치지 못했다. 군대와 경찰을 육성할 예산도 시간적 여유도 없어 일제시대 군 출신과 경찰관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해방 당시 중등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2만 5천명에 불과했고 일제시대 출신을 제외하면 쓸만한 인재가 별로 없었다.
경험있는 인력도 없고 예산도 절대 부족한 이승만정부로서는 이처럼 엄청난 도전들에 직면하여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치세력은 이승만 정부 공격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은 평생 역경을 극복하고 살아 온 집념에 찬 지도자로서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기독교에 기초한 자주독립국가 건설이 그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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