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수필가)
새해를 맞을 이즈음이면 누구나 한 번 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설사 본인이 그렇치 않더라도 각종 통신, 보도국에서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로 대서특필을 하는데 그런 기사에는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이,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더 많다. 하지만 제일 마음 아픈 기사는 한 때 한나라를 통치했던 대통령들의 업적이다.
얼마 전에도 전 대통령의 형이 어쩌구 하듯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통치자가 간 큰 남자를 넘어 거물급 도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기사를 보며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그 과정이 계속되고 진실의 잣대를 어느 만큼 그어야할지 모르겠다. 오래 전 미술원을 할 때, 미술원에 다닌 지 두 달 쯤 된 한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아니, 미술원에 다닌 지 두 달이나 됐는데 어쩜 사과 한 개를 못 그려요?” 한다. 나는 그만 당황하며 엉겹결에 “글쎄요, 똑같은 사과인데도 어떤 아이는 둥굴게 그리고, 어떤 아이는 고구마처럼 어떤 아이는 계란 같이 그리네요”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도 사과를 한 번 그려 보시지요” 하는 소리가 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참았다.
그와 같이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것이 막상 자신이 하려면 결코 쉽지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과 한 알을 그려도 과정과 내력이 있듯이 나의 경우에는 사과 그림 바탕에 레몬 색깔의 칠을 하고 그 위에 푸른색을 칠하고 핑크색 그 다음은 짙은 진홍색, 그 다음은 검붉은 색으로 칠해 가면서 사과가 익어가는 과정을 그려야 금방이라도 따 먹고 싶을 정도의 살아 있는 사과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렇듯 한 통치자도 지나온 역사와 과정을 더듬으며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데 앞 뒤 없이 이건 이렇게 하라, 저건 그렇게 하라 마구잡이로 건의를 하거나 시위를 하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더욱이 국민 전체, 나라 전체를 보기보다 내 일상의 안위를 위해 무조건 뒤를 봐달라는 엄포에 협박을 하면 처음에는 통치자로서 청렴결백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도 나중에는 이중인격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결국 국민성으로 굳혀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와 같이 사람들은 곧잘 명문대학을 나오고 최고의 실력자를 만물박사인양, 무엇이나 맡기려
고 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뭐든지 전문적인 지식에 노력 형이고 인내심이 많아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마다 특색이 있고 재주가 있기에 생각하는 차원이 다르다. 요사이 인기 드라마인 “바람의 화원”에서 김홍도냐, 신윤복이냐 하는 것도 보는 시각과 차원이 다를 뿐, 그 근본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느냐의 차이이지 사물을 어떻게 표현을 했던 보는 시각에 감동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나라 살림도 어떻게 재단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좀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주목적이고 보면 통치자의 행위를 탓하기 전에 국민 스스로가 옳고 바른 정의의 길로 가도록 유도하여야 하는 것도 국민의 사명이다. 톨스토이 원작 ‘불이 나서 집을 태워 버렸다’ 하는 소설에서처럼 집안 싸움에 초가산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라 살림이던 무슨 협회 일이던 과거를 들쳐 내며 잘잘못을 따지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기보다는 잘못된 점을 토대로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용서와 화해, 나아가서는 포용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어느 사회이던 가정이던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