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라디오 서울 하와이 방송위원
가라오케 바이러스
최근 NBC-TV의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휴스턴 부시 인터컨티넨털 공항 터미널에서 성탄연휴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가라오케 무대에서 잦은 연착과 운항중단등으로 지쳐 있는 승객들은 물론 공항 관계자들이 흥겹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문득 연말연시 출입이 잦은 가라오케와 관련한 몇 가지 단상을 적어 본다.
한국인의 노래방 문화에는 한민족의 변하지 않는 ‘끼’와 ‘흥’이 그대로 녹아있다. 몇달전 한국 방문 시 친구들과 오랜만에 노래방을 찾았다가 한국인들의 새로운 노래방 풍속도를 접하고 역시 흥을 즐길 줄 아는 우리 한민족의 변하지 않는 유전자에 대해 다시한번 감탄했다.
요즈음 한국의 노래방은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니라 종합예술의 발표장이 되어 있었다. 주로 빠른 템포의 댄스곡을 선호하고 슬픈 이별곡도 빠른 템포로 부르며 이별의 슬픔을 격렬한 비트에 승화시키는 듯 했다.
노래가 시작되면 가라오케 방은 댄스공연장으로 돌변한다. 저마다 일어나 템벌린을 치던가 이빨에 김을 붙이던가 아니면 화장실 긴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하거나 노래방에 마련된 다양한 무대의상을 걸치고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신나게 흔들고 돌고 돈다. 우리의 인간사와 인간상들이 다양하듯 노래방을 찾는 우리네들의 모습도 다양하고 이를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그 갖가지 스타일을 나름대로 분류해 보면....
첫째 ‘마이크로 폰 무시형’
보통때는 얌전하던 사람이 마이크만 잡으면 보름달 뜨는 밤의 늑대처럼 변해 마이크가 찢어 지도록 소리를 질러 다음날까지 객석 청중들의 귀를 얼얼하게 만든다.
둘째 외부에서는 껍질을 열 수 없는 ‘날 조개형’
평상시에는 말도 잘하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무슨 영문인지 노래방만 찾으면 입을 꼭 다물고 절대로 끝까지 한 곡도 부르지 않고 앉아 안주만 축내는 유전자 변형 인간을 일컫는다.
셋째 ‘찝적, 지분거림형’
정작 본인은 한 가지 노래도 끝까지 아는 것이 없어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면서 남이 부르는 노래마다 적당히 따라 부르며 마이크 잡은 주인공의 흥을 죽이는 군상들
넷째 ‘타임머신 깜짝형’
평소 지체높은 분이라 감히 이런 곳에서... 라고 생각했지만 시대를 초월하고 장르를 초월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좌중을 압도하는 인사들도 많다.
다섯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저 기계에 나오는 점수에 연연하는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순진형.
여섯째 ‘가라오케도 식후경형’ 가라오케 가기 전 상추쌈에 주물럭 2인분 거뜬하게 먹어치우고 빵빵하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러야 제대로 노래가 나온다는 사람들.
일곱 번째 ‘장바구니 아줌마형’ 노래도 중요하지만 춤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이들들은 노래만 나오면 일어서서 온 몸을 흔들며 좌중을 흥겹게 한다.
이외에도 마이크만 잡으면 죽은자식 살아온 듯 붙잡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솔로 리사이틀, 마이크 물귀신형’이 있는가하면 어떤 노래든 자신에게 맞게 즉석에서 편곡해 불러대는 ‘돌팔이 작곡가’형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노래방에서의 다양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가라오케 행복바이러스’가 되어 피곤한 일상사를 잠시 잊게 하며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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