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르 밸리의 여러 성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샴보르(Chambord)의 웅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프랑스 말을 배우는 딸을 여름 동안 언어교육으로 이름나 있는 뚜르(Tour)에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제일 처음 프랑스에 보낸 것은 프랑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첫 해였습니다. 그 때는 프랑스 문화원에서 보낸 책자에 나온 곳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런데 보내면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운동, 오락, 관광을 시켜줍니다. 노느라고 정신을 못 차릴 때라 공부가 느는 것보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합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는 그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지요. 이 두 번째 해에는 좀 진지하게 언어 교육으로 이름이 난 뚜르를 택한 것이지요. 마땅한 집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하숙하는 집을 하나 골랐습니다.
방학이 되어 딸을 뚜르에 데려다 주고 우리는 그 유명한 로아르 밸리를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동쪽에서 시작하여 서쪽의 태평양까지 뻗쳐나가는 로아르 강의 주변은 무척 기름진 땅이기 때문에 근처에 수많은 성이 지어졌습니다. 너무나 많아 다 볼 생각은 못하고 뚜르 주변의 성 중에서 사진을 보고 몇 곳만 정했습니다. 그런 여행 중에 너무 구경에만 신경 쓰지 말고 때로는 골프를 친다든가 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사진을 보고 성을 개조해서 호텔로 쓰고 있는 샤또 노아제(Chateau Noisy)가 멋있어 보여 그 곳에서 2일 정도 묵으며 구경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뚜르에서 동 북쪽으로 로아르 강 건너 편에 있었습니다. 웅장해 보이는 오래된 성이었고 정원이 무척이나 넓었습니다. 복도며 층층대가 좀 내려앉은 채 그대로였습니다.
방으로 들어가니 침대보와 전체 벽이 낡은 듯한 자주색 비로드로 커튼처럼 둘러져 있었습니다. 남편은 좋다고 하였지만 저는 그 옛날 그대로인 것이 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갑옷을 입은 사람이 금방 나타날 것만 같더라구요. 욕실은 멋있게 완전히 현대적으로 개조 되어 있어 저는 오히려 거기서 있고 싶었습니다. 아래층의 식당에 내려가니 노란 색으로 장식이 되어있어 분위기가 밝았습니다. 하나도 빈 테이블이 없는 것을 보니 음식이 괜찮을 것이라고 짐작 했지요. 프랑스 사람들이 자기네 음식에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그 나라를 다녀 보면 역력히 보이지요. 그냥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식도락을 위한 예술이라고 생각 되는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메뉴를 택했습니다. 바삭거리는 퍼프페이스트리 위에 올려진 모렐 버섯엔 노르스름한 소스가 흘려져 나왔습니다. 잘라서 입에 넣으니 금방 오븐에서 꺼낸 페이스트리가 바삭 거렸고 따끈했습니다. 버섯에선 짙은 향기가 났습니다. 그 때 그 것이 너무나 맛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엊그제 먹은 것처럼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니 참 놀랍지요?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것은 뗏 더 모안(Tete de Moine- 수도승의 머리)이라는 치즈 였습니다. 동그란 나무 기둥을 잘라 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위만 벗겨진 것이기 때문에 위만 대머리였던 옛 수도승의 모습이라 해서 부쳐진 이름입니다.
겉은 약간 분홍빛이 나는 곰팡이로 덥히고 속은 노르스름한 색이 납니다. 특별한 도구로 맷돌처럼 돌려 가며 밀면 얇게 밀리는데 가장자리만 오글거리고 분홍빛이 나서 마치 꽃잎과 같이 보였습니다. 살구나 딸기 잼을 한 수저 떠서 서브 하였습니다. 종이장 같이 얇게 밀린 치즈라서 입에서 금방 사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같이 먹는 잼 때문에 빡빡한 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결국 상점을 돌아다니며 그 미는 도구 까지 사서 들고 왔습니다. 로아르 밸리의 여러 성 중에서 샴보르(Chambord)와 쉐베르니(Cheverny)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이었습니다. 샴보르는 특히 그 웅장함이 말할 수 없었습니다. 방의 수도 많았고 위가 뾰족한 둥근 탑이 많았습니다. 큼직한 그림이 걸려있는 방을 인파 때문에 줄을 서서 천천히 움직이며 지나갔습니다. 옛날엔 정말 그림을 무척이나 중요시 한 것이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던가요?
그렇게 구경을 하면서 제가 하나 놀랜 것은요. 방마다는 아니지만 성 곳곳에 가끔 너무나 아름답게 가꾼 화초가 있거나 어떤 방에는 아주 깜찍하게 푸른 피망이 올망졸망 열린데다가 흙 위는 이끼로 덮혀 있었습니다. 저는 벽의 그림이나 방 구경을 한동안 잊어버리고 살아있는 피망에 정신을 잃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 살아 있는 식물이 하나 놓여 는 것이 전 방에 생기를 넣어 주었습니다. 이 방 저 방을 돌다가 우연히 옥상 같은 부분에 도착했습니다. 마당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평야가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성주는 그렇게 굉장한 곳에서 살았지만 농부들은 자그마한 집에서 고생을 하며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베르사이유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요.
연못 위에 지어진 쉐베르니는 특히 밖에서 보기에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거기서도 인파에 밀려 구경을 하였습니다. 프랑스는 이런 옛날 유적이 잘 보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아가는 나라입니다. 제가 지금 기억하기에 일 년에 1500만이 넘는다고 한 것 같습니다. 지하에 있는 부엌까지 돌아보고 나와서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질서 정연하게 색을 맞추어 올망졸망하게 가꾸어 놓은 꽃을 본 순간 프랑스 음식을 담은 모양과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언젠가는 로아르 밸리를 다시 찾아가서 다 돌아보지 못한 다른 성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제가 프랑스 한 쪽 구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아직 그 주위도 다 돌지 못 했으니까요 프랑스는 나라도 크고 여기저기 볼 것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 구경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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