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경
편집국 부국장
1월13일 미주한인이민 106주년을 기념하는 ‘미주한인의 날’을 맞아 하와이를 제외한 LA, 뉴욕등 미주 한인사회는 지역사회와 손잡고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본보 1월11일자 A-2면 참조)
그런가 하면 12일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는 한국의 보훈처 관계자와 하와이 한인독립문화원과 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인사회에는 알리기 원치 않는 비공개 행사를 전격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미주한인 이민 106년의 종가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 한인사회에서는 10일로 예정됐던 미주 한인의날 기념행사가 전격 취소되고 그나마 호놀룰루 아카데미 오브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미주한인 미술작가 10인 초대전의 지원으로 이민 106주년 기념행사 개최 위안을 삼고 있다.
이 초대전도 내막을 들여다 보면 기획부터 각종 행사준비에 이르기까지 타 미주지역 미술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을 감안하면 하와이 한인사회는 그야말로 이민 106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서는 모두가 방관자였음을 깨닫게 한다.
미주한인의 날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하와이 한미재단은 5,000여달러의 행사비용을 부담스럽게 생각해 행사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고 기념식 취소를 언론사에 알려왔다.
재단 관계자는 그 돈을 아껴 장학사업에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한미재단은 한인 단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재원을 비축하고 있는 ‘부자’ 단체이다.
이민100주년기념사업 당시 한인 동포들과 뜻있는 독지가들이 한마음이 되어 3달러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모은 20여만달러 기금을 종자돈으로 이민100주년기념사업의 취지를 후손들에게 이어가기 위해 ‘하와이 한미재단’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단체로 이 단체의 주요사업은 미주한인의 날 기념 행사를 통한 미주 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의 전통과 얼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하와이 한미재단은 한인커뮤니티와 코드를 맞추지 못하고 은둔 단체로 한발 물러나 신비감만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한국축제장에서 발표되던 장학생 선발의 주인공도 언론에 발표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사업으로 해를 넘겼다.
그런가 하면 한번도 언론에 이사회 모임이 공개되지 않다보니 최근 금융환란으로 재단 기금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투자액 손실이 너무 커 남은 돈이 없을 것이라는 설이 돌더니 이번 행사 취소로 투자액 손실이 정설로 자리 잡으려는 조짐마저 보인다.
기자도 기부금 관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5,000달러가 없어 하와이 한인 이민 106주년 기념식을 취소할만큼 한미재단의 재정상태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재단 관계자들의 미주한인 종가 커뮤니티의 주역으로서의 책임의식과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한미재단이 주최한 ‘코리안 아메리칸데이’ 행사를 보면 올해의 행사 전격 취소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너무나 간단하게 행사 취소를 알리는 주최측의 변을 접하곤 ‘하와이 한인이민 종가 커뮤니티의 굴욕’으로 밖에 달리 생각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1월13일에 열렸던 ‘동방의 빛 만찬’도 1월13일에 맞춰 열린 소니오픈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최경주 선수의 깜짝 방문이 없었다면 그날의 행사는 정말 영혼이 없는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만찬으로 만 기억될 뻔 했다.
1993년부터 하와이 한인사회는 미주 한인이민 종가 커뮤니티답게 이민100주년기념사업을 준비해 왔었다. 10년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한인이민 100주년기념 행사는 주의회로부터 20여만달러의 지원을 받으며 주류사회에 진출했던 한인 2,3세들에게 잊고 살아왔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며 한국인, 한인커뮤니티에 관심을 갖게 했다.
미주한인이민100주년 기념사업의 열기는 하와이에 뜨거운 한류열풍을 형성하며 미 대륙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하와이 한인사회는 한국정부로부터 10억원이란 한인문화회관건립 지원금을 받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민 106년에 이르러 1903년 1월13일의 역사적 의의는 하와이 보다는 미주 타지역 한인사회에서 그 향기를 더하며 역사적 생명력을 더해가는 듯하다. 왜 그럴까... 내가 쥐고 있는 무형의 값진 역사적 유산의 가치에 대한 세대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너무나 쉽게 취소해 버린 하와이 한인이민 106주년 ‘미주한인의 날’ 기념식과 불과 이틀전 통보로 영사관 후정을 빌려 전격적으로 치루어진 간판뿐인 하와이 독립문화원과 관련한 행사에 아직도 한국 보훈처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기형적인 사태를 직시하며 기축년 새해에는 하와이 한인사회 세대간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주 한인 종가 커뮤니티 주역답게 새로운 주인의식을 다지는 그런 한해가 되길 간절하게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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