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은 (취재 1부 부장대우)
1월 중순 퀸즈칼리지에서 열린 그레이스 맹 뉴욕주하원의원의 취임식은 역시나(?) ‘중국판’ 일색이었다.
무대 옆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은 30여명에 가까운 인사들 가운데 한인은 달랑 두 명. 그것도 맹 의원의 한국인 남편이 그 중 한 명이었고 나머지는 뉴욕의 한인 인사도 아니고 뜬금없이 멀리 뉴저지 레오니아에서 건너온 최용식 시의원이 고작이었다. 정치인들과 중국사회 관계자들이 길고긴 축사를 줄줄이 하느라 장내가 한참 지루해지고 난 뒤에야 마지막으로 최 시의원의 축사를 겨우 한 마디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맹 의원이 중국인이
라서 그렇긴 하겠지만 단상에 오른 인사들은 하나 같이 중국말로 첫 축하인사를 전하기 바빴다. 그것도 모자라 최 시의원마저도 첫 마디를 중국말로 인사하고 나니 그나마 ‘그가 유일한 한인으로 축사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 알 뿐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씁쓸했다.
지난해 선거 캠페인이 한창일 때 맹 의원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중국인으로 한인사회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를 부각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애를 썼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취임식 한 장면만 보고 속단하긴 이르지만 앞으로 그가 얼마나 한인사회를 포용하며 활동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요즘 뉴욕·뉴저지 각 급 학교마다 설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그나마 아직까지 설 행사만큼은 중국인보다는 그래도 한인들이 주도적인 편이어서 살짝 위로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대다수는 설을 ‘아시아의 설’도 아니고 늘 ‘중국 설(Chines New Year)’로 부르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때로 울화가 치밀 정도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뉴저지 레오니아의 애나 C. 스콧 초등학교 한인학부모들이 학교 설 행사에서 ‘중국 설’ 간판을 영원히 내리고 ‘음력설(Lunar New Year)’ 간판을 공식적으로 달게 했다는 이야기는 큰 용기와 힘이 된다.
뉴욕 퀸즈 한복판에 자리 잡았던 한인 타운이 중국인들에 의해 서서히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플러싱 다운타운의 주요 상가도 중국인에게 내어준 지 이미 오래다. 우리가 힘들게 일궈 놓은 텃밭에서 그들이 지금은 주인이 됐다. 한인들은 우리 손으로 찾아야 할 우리의 권리가 있을 때에도 스스로 나서기 보다는 중국인들의 움직임에 슬쩍 묻어가려는 얄미운(?) 성향을 보일 때도 많다. 중국인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가자는 속셈을 보일 때도 있고 때론 우리 밥그릇도 못 찾아 눈칫밥을 먹을지를
망설이기도 한다.
결국 중국인에게 주도권을 통째로 안겨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거저 얻고 나서도 꼭 나중에는 투덜대는 한 마디를 던지고야 마는 것이 바로 우리 한인들인 것도 사실이다. 올 11월에는 뉴욕시선거가 치러진다. 뉴욕의 아시안 정치인 1호 탄생 자리는 시정부와 주정부에서 모두 이미 중국인에게 내어줬지만 이제라도 뉴욕의 첫 한인 정치인 탄생 주인공이 되겠다
며 출사표를 던지는 한인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의 승리로 이제는 정말이지 남의 놀이에 ‘깍두기’ 신세로 업혀가는 것이 아니라 한인이 뉴욕·뉴저지 아시안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그런 세상의 주인이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