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열린 ‘제3회 뉴욕 코리안아메리칸 필름 페스티벌(KAFFNY)’에서는 미국에서 제작한 장편영화로 데뷔하는 3명의 한인 유망 감독들을 소개했다. 현재 미 영화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아시안 감독 앙 리와 M. 나이트 샤말란 등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감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손수범 감독/ 시집(Make Yourself at Home)
다른 직업처럼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경력과 학력을 가장 중요시 한다면 손수범 감독은 이미 진작 ‘입봉’을 하고도 남았을 화려한 레쥬메를 자랑한다.
중앙대 사진과를 졸업한 후 촬영 교육의 세계적인 메카인 AFI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역시 세계 최고의 영화 교육기관인 뉴욕대 티쉬 스쿨에서 MFA를 받았다. 프로페셔널에 버금가는 촬영 실력과 디렉터로서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손 감독은 상복까지 있었다. 단편 ‘섬에서 섬으로(Island to Island)’가 아카데미상 학생영화부문 얼터너티브를 수상했고 ‘물속의 고기가 목말라 하지 않는다(fish in the sea is not thirsty)’는 깐느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영화 학도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누린 셈이다. 당연히 2003년 한국에 돌아간 뒤 충무로의 러브콜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
그러나 손 감독의 ‘불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촬영감독으로 내정됐던 영화들에서 하차하거나 영화 제작이 중단됐다. 한국 영화 촬영 데뷔작인 ‘사과’는 해외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뛰
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상업성을 이유로 2년 가까이 상영관을 잡지 못했다. 제작의 문제도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몸에 밴 미국식 합리주위와 제작 스타일이 한국 스텝들과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4년간 한국에서 마음고생을 한 손 감독은 오히려 더욱 느긋해졌고 더욱 완벽주의자가 되어 뉴욕에 돌아왔고 지난해 송혜교의 할리웃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시집(Make Yourself at Home. 원제: 페티쉬)’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손 감독은 현재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영화를 강의하고 있다.
■진 리(Gene Lee) 감독/ 트러블 위드 로맨스(The Trouble With Romance)
진 리 감독이 KAFFNY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장편 제작 과정을 털어놓자 객석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독립영화 감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저렴하게 영화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이들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모이면 제작비를 줄이는 서로만의 노하우와 경험들을 털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디지털 비디오와 데스크 탑 편집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짜투리 필름을 모아 영화를 만들었던 시절은 과거가 됐지만 불과 15일의 촬영기간으로 장편을 완성시킨 진 리 감독의 제작기는 후배 영화인들에게 큰 자극이 될 만하다. 이 감독은 지명도 없는 신인 감독이 데뷔할 수 있는 길은 어느 정도 대중성을 갖춘 배우를 출연시키면서도 무조건 제작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는 알고 있었다.
프로덕션 비용과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공간(호텔)에서만 모든 촬영이 이루어지게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배우조합(SAG)의 최소 출연료 규정을 활용해 일당 100달러라는 헐값으로 제니퍼 시벨 뉴슨(샌프란시스코 시장의 아내), 킵 파듀, 에밀리 리우, 코비 라이언 맥로린 등을 출연시켰다. 모든 캐스트들이 TV와 영화를 통해 일반에 알려진 B급 이상의 할리웃 배우들이다. 할리웃에서 다년간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으로 활동해 온 경력과 배우들과의 친분도 큰 도움이 됐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어수선하고 초점이 없다는 혹평도 실었지만 재치있는 대사와 상황 설정은 다음 작품에 더욱 빛을 발할 이 감독의 재능에 대한 기대를 갖게한다.
■장재호 감독/ 크리스천 레슬러(Christian Wrestler)
장재호 감독은 몇 년전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크리스천 레슬러’에 관한 짧막한 뉴스를 들었다. 장편 크리스천 레슬러를 만들게 된 동기는 그렇게 단순하다. 폭력과 싸구려 미국식 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인 레슬러들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란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고도 재밌을 것 같았다. 장 감독은 이후 3년 동안 조지아주와 뉴욕을 오가며 150시간의 촬영을 마쳤고 거의 편집을 마쳤다.
두 달 후에는 모든 작업을 마칠 예정이며 현재 배급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의 배급이 쉽지 않지만 트레일러를 통해 보여진 장면들은 풍부한 상업성을 담고 있어 보인다. 지난해 KAFFNY에서 선보였던 다큐 ‘플래닛 할리웃’이 일반 상영된 전례도 있어 고무적이다. 이 작품은 2007년 트라이베카 크리에티브 어워드를 받았다.
장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시애틀과 버지니아에서 자랐고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뉴욕대 티쉬 스쿨을 졸업했다.
2005년 ‘Love to hate, hate to love)’로 마틴 스콜세지 스칼라쉽과 앙 리 스칼라쉽을 받았고 2007년에 만든 ‘마지막 휴가’로 뉴욕대 퍼스트 런 필름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시나리오, 베스트 편집, 베스트 연기상을 받았다. <박원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