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화가)
사진작가 가브리엘 박이 사진을 찍은 날, 맨하탄을 걷다가 클로이스터라는 작은 뮤지엄을 발견했다. 석양빛이 창문에 새어 들어오는 시간, 그의 카메라에 포착된 예수상은 가장 절망적이고 깊은 어둠, 그리고 우리는 홀로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부정할 수 없는 희망을 보여 준다.이 사진이 팔린 적은 없는데 어느 화랑에 1년쯤 두었다가 팔리지 않는 굴욕(?)과 함께 들고 나온 적이 있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의 영어 과외비 대신에 그 사진을 들고 간 적이 있다. 그 사진은 결국 시한부 인생을 사는 친구에게 선물하게 되었는데 영성이 깊은 이 친구는 이 사진 속의 예수를 남아 있는 삶의 ‘최후 보루’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 ‘최후의 보루’의 이미지가 되어 벽에 걸려 있다는 사실에 사진작가로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고난이 씻기는 듯 “살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지금 겨울 눈 속에 서 있는 대나무 사진을 찍고 있을지 모른다. 현실이 가장 추울 때 가장 아름다운, 절정에 가까운 사진이 나온다며 그는 웃었다. “빛과 소금이 되고 싶어” 그가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늘 다른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살아와야 했던 화가의 삶 중에 늘 타자들이 내 삶의 최후의 보루였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누군가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삶에 함께 하는 고통을 사랑한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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