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길 (수필가)
한국의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 선인과 악인의 대결구조로 엮여진 극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카인’은 악의 대명사로 ‘아벨’은 선의적인 인물로 그려져 나온다. 얼마 전에 종영된 ‘에덴의 동쪽’도 선인과 악인의 대결로 복수와 역전과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고 애정 이야기도 양념으로 곁들였다. 요즈음에는 ‘카인과 아벨’ ‘아내의 유혹’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카인과 아벨에서는 몸과 마음이 병든 형과 입양한 아우 사이에 병원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린다. 아내의 유혹은 장기간 방영되는 일일 연속극이다. 가난한 집 딸로 부유한 집에 시집가서 처참하게 버림받고 복수극을 벌린다. 등장인물들의 거짓과 배신과 위선과 음모가 뒤섞여 이런 극이 공중파를 타고 나가도 괜찮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가끔씩 상식을 벗어난 엉터리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요소들이 더 흥미를 끌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인과 아벨은 성서의 창세기에 나온다. 아담과 하와가 큰 아들 카인을 낳고 또 동생 아벨을 낳았다. 야훼께서 곡식을 받친 카인의 예물은 외면하고 기름진 양을 예물로 드린 아벨은 반기었다. 이에 질투가 난 카인은 아벨을 들로 데려가 죽이고 땅에 묻었다. 야훼께서 노하여 카인을 에덴의 동쪽으로 쫓아 버렸다. 에덴의 동쪽은 낙원을 잃어버리고 죄인으로 추락한 인간들이 방황하는 세상의 의미로 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에서 인용되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부모의 편애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그 상처는 미움과 질투심을 낳고 그런 마음이 깊어져 범죄를 하게 되고 죄를 지은 자는 에덴의 동쪽(유형지)으로 격리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선과 악의 대결은 너무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기 아기를 가진 아내를 바다에 끌고 가 죽이려 하고 이혼과 결혼을 밥 먹듯 쉽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지 염려된다. 유산과 여자가 탐이 나서 동생을 살인교사 하고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현실의 물질적인 풍요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고아원에서 자라거나 입양된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나쁘게 그려내는 것은 사회적인 편견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더욱 염려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적이다. 자기가 잘못을 하여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도 잘못한줄 모르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두렵고 슬픔과 분노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악인은 태어나면서 부터 나쁜 건가, 살다가 환경과 처지가 어려워져 나빠지는 것일까.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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