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알프스산 마을인 똔(Thones)에서 열린 식도락 전시회에서 여러 가지 음식이 선보인다는 광고를 보고 남편이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 주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선전하기 위하여 열리는 전시회였습니다. 상품화 된 빠테 (pate-적은 미트로프 같이 생김), 잼, 소시지, 술뿐만 아니라 생굴의 시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사흘 동안 열린 전시장에서는 매일 유명 요리사들의 간단한 강습까지 있었습니다. 요즘 프랑스에서 요리계의 거성으로 군림하는 마크 베라(Marc Veyrat)까지 나온다니 안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그 근처에 있는 안씨(Annecy) 호수 근처에 레스토랑이 있고 겨울에는 갑부들이 스키하려고 모이는 메제브에 있는 레스토랑을 연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일인당 200유로(현 시세로 약 300달러) 정도 든다는 소문이 있어 아직 가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희귀한 재료를 이용하여 기막히게 만드는 요리 맛을 볼 수 있다고들 하였습니다. 항상 쓰고 다니는 챙이 넓은 까만 모자를 쓰고 그가 나타났을 때는 마크 베라를 보기 위하여 2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홀이 꽉 찬 것은 물론이고, 기회를 놓칠세라 뒤에 설 수 있는 자리까지 꽉 차 있었습니다. 키도 크고 덩치가 컸습니다. 우리말로 풍채가 좋다고 표현하기 꼭 알맞았습니다. 항상 쓰는 자
기의 검은 모자에 대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항상 쓴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잘못 알아들었나? 하고 저의 귀를 의심 하였습니다. 어머,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저렇게 미친 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한명의 조수를 데리고 와서 하는 다른 요리사들과 달리 그는 6-7명의 조수들이 부산스럽게 거들고 있더군요.
그날 우리에게 보여줄 요리는 ‘옥살리스(Oxalis 클로바 비슷한 식물)와 너트멕(nutmeg양념)을 넣은 거품같이 부풀린 달걀’이라! 달걀을 부풀려 봤자 뭐 간단한 것이려니 생각했습니다. 재료에 나오는 옥사리스를 비롯한 몇 가지 모르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신기한 재료만 쓰는 구나. 조수들이 우선 달걀 위의 1/3 정도를 칼과 가위를 이용하여 반듯하게 잘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팬에다가 달걀과 약간의 크림, 닭 국물을 넣고 살짝 익힌 후,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았습니다. 그것으로 계란을 2/3쯤 채우고 그 위에 구이모브(guimauve)라는 뿌리에 야채 국물, 너트멕, 약간의 설탕을 넣고 부풀려서 얹었습니다.
그리고 새콤한 옥살리스를 야채 국물과 함께 갈아서 주사기 같은데 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달걀에 쏘듯이 넣으면 위의 거품이 흩으러 지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어머나, 세상에’ 맛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고 시간을 소모하는 준비를 하다니! 가능하면 짧은 시간에 쉽고, 맛있고 동시에 좋아 보이도록 노력하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위한 제식에 비해 너무나 달랐습니다. 물론 저는 재료의 제 맛을 살린 음식을 좋아 한다는 핑계가 있지 만요. 야! 저 사람의 태도에 배울게 너무나 많구나 하고 생각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서브하는 모양을 보여 주었습니다. 투박한 나무껍질 위에 파란 이끼가 덥혀 있고 옥살리스가 심겨져 있었습니다. 그 것만 보아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원사가 정성 들여서 가꾸어 놓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윗부분이 거품으로 씌워진 달걀이 그 위에 얹혔고 옥사리스를 담은 개롬한 도구가 우산 모양을 하고 옆에 놓였습니다. 그것은 정말, 완전히 예술 작품 이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저렇게 완벽한 준비를 하나니! 야, 과연 다르구나!한두 명이 일어나서 교단 앞으로 몰려가자 모두들 우르르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조수들은 모두 제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수차 거듭했지만 혹시 자기 차례가 아니 올까 봐 사람들이 계속 몰려가 홀 안이 순식간에 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큰 테이블 위에 준비해 두었던 그의 작품이 불티나게 없어졌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떨어진 이끼, 옥살리스 잎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단 한 사람인 동양인이 설치면 너무 눈에 뜨일 것이 분명한 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나 앉아 기다리라고 부탁을 하는데 나가서 설칠 수도 없어 마음을 조아리며 조수가 갖다줄 때를 기다렸습니다. 먹을 차례가 안 올까봐 그렇게까지 마음을 조아려 본 일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촉촉한 이끼 덮힌 나무 쪽이 제 손에 쥐어 졌을 때 그 아름다운 것을 흐트리기가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먹으면 싹 없어져 버릴 그 짧은 시간 존재하는 그의 작품. 드디어 작은 스푼으로 달걀과 거품을 떠서 입에 넣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새로운 맛 이었습니다. 야! 이렇게 맛이 있는 것을 먹어 본적이 있나? 크림이나 옥사리스 혹은 달걀, 어느 한 가지 재료가 두드러지지 않고 완전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무스의 고소한 맛이 새콤한 맛과 어울려 목으로 흘러 내렸습니다. 그야말로 대작이었습니다. 그 맛보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천천히 아끼면서 한 입씩 떠 넣었습니다. 달걀이라는 그 단순한 재료에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재료를 혼합하여 새로운 맛을 창조 해 낸 그의 재주. 과연 천재구나, 천재야! 그는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리 같은 것을 보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하여 그 근처의 골프장에 갔다가 헐레벌떡 저를
데리러 온 남편이, 아니, 저 녀석은 실내에서 벗을 것이지, 왜 저런 모자를 쓰고 강습을 해? 하고 한마디 하였습니다.
저 사람 같은 천재적인 재주를 가졌으면 그런 모자를 쓰고 잠을 자도 괜찮아. 옥살리스와 이끼가 덮힌 그 나무쪽은 집에 들고 와서 보물을 다루듯이 매일 물을 뿌려 주며 모셨습니다. 그의 작품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갖고 싶었습니다. 또 그 신비스러운 맛을 창조한 그의 재주를 생각하며 저에게도 좀 자극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알프스 산마을 똔에서 열린 식도락 전시회에서 프랑스 요리계의 거성 마크 베라(Marc Veyrat,까만 모자 쓴 이)가 나와 요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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