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얼굴.이름은 알아도 노래 모르는 사람많아”
▶ 젊은영화감독 5번째 그의 다큐 촬영중
가수 한대수씨는 유명한 사람이다. 아주 어린 세대를 제외한다면 한국과 뉴욕의 한인 사회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시에 가수 한 대수의 음악을 직접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 가수 한 대수라는 존재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활발하게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대수씨가 지난주 가족과 함께 잠시 뉴욕을 찾았다. 그를 만나서 처음 던진 질문은 ‘가수 한대수’로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서울에서 택시를 탔는데 중년의 기사가 나를 알아보며 반가워해요. 혹시 내 노래를 한 곡이라도 들어봤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대답하죠. 결국 대중이 나를 접하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인데 관심을 갖는 부분은 노래보다는 늘 다른 쪽이었죠. 방랑자, 자유인, 사진 작가, 나이 어린 러시아 여인과 결혼, 환갑이 넘은 나이게 얻은 늦동이 딸 등 그런 부분이다.”
인터뷰 내내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를 촬영했다. 이미 2001년도에 그의 다큐작품이 부산영화제에서 발표되기도 했지만 “한대수의 다큐를 만들겠다고 찾아 온 5번째 영화인”인 그는 불과 26세였다. 제작 동기를 묻자 그는 “ 17살 때 한 대수의 노래를 듣고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영화과에 진학한 후 꼭 그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적어도 한대수가 노래가 아닌 이미지로만 키워 온 허상은 아니라는 확실한 증인인 셈이다.58년 뉴욕에 와 할렘에 있는 초등학교부터 다녔던 그는 스스로 말하듯 ‘뼈 속까지 뉴요커’다. 40년 넘게 살아온 뉴욕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느낌은 “의외로 편안한 것”이었다. “ 어쨋거나 한국인이잖아요. 우선 먹는 게 편해. 그리고 한국이 이미 경제적으로는 정말 발전했구나 하는 걸 느껴요.” 다만 여전히 개방적이지 못한 사고와 툭하면 대립하는 풍토는 견디기 힘든 부분이다.
“ 내서녈리즘이 참 무서운 거잖아요? 나찌가 대표적이지만. 근데 한국은 민족주의가 강하면서 동시에 같은 민족끼리 깍아내리고 멸시하는 이상한 면이 있어요. 인종과 언어가 같은 민족끼리 그러는 건 외국에는 거의 사례가 없잖습니까?” 정치인들과 이른바 사회 엘리트 계층의 의식수준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는 총 유학생수가 500명 남짓하던 시절부터 뉴욕에서 생활했다. 여기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가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러나 빌리지에서 베트남 반전 시위대와 어울리고 히피 문화에 빠졌던 그가 보기엔 모자란 공부였다.
“미국에 오고, 뉴욕에 와서 그냥 공부만 하고 학위만 받고 돌아갔기 때문이예요. 자유, 인권, 다양성 이런 것들은 전혀 체화하지 못하고 그냥 석, 박사 학위 받고 가서 얼마나 제대로 된 정책을 펴고 학문을 하겠어요?”
마지막으로 뉴욕 한인 사회가 커 오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 본 1세대 이민자 한 수는 “성공하고 돈 번 사람들이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패이트런(후원자) 역할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바랬다.
한대수씨는 과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자란 한대수는 7살 무렵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아버지가 실종되는 사건을 겪는다. 할렘에 있는 P.S 125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1962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64년에 아버지가 발견되어 1965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롱 아일랜드 고등학교에 전학하는 등 우여곡절 많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1966년 뉴햄프셔 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곧 자퇴하고 뉴욕 사진학교에 입학했다. 1968년 귀국한 한대수는 포크 록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74년 1집 ‘멀고 먼 길’ 이후 2006년 ‘욕망’까지 12개의 정규 음반을 발매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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