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자의 취재수첩은 그 어느달보다 빡빡하다. 남들이 쉬는 주말이나 연휴 각종 행사장을 누비며 찍어댄 사진이 컴퓨터 파일 용량 초과로 차고 넘친다.
쉬는 날도 없이 뛰는 모습이 안타까운지 가끔씩 기자라는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동정어린 시선을 던진다.
그러나 취재장 곳곳에서 접하는 크고 작은 미담들이 더위에 박봉에 처지는 동네신문 기자의 어깨에 새로운 힘을 실어준다.
지난 16일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에서는 부총영사와 부영사, 한인사회 학교 재학생들과 한글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최근 동포들로부터 한인 행사장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총영사는 역시나 만날 수 없었지만 당시 행사를 주최한 한글학교협의회 손애자 회장의 옆에서 행사진행을 묵묵히 돕던 한 여학생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다름아닌 기자와도 학창시절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던 하와이대학 한국어학과 졸업반인 손 회장의 딸 주디 양이었다. 주디가 그날 주목을 받은 이유는 주디는 그날 하와이대 졸업식장에서 졸업장을 받아야 할 졸업생이었기 때문이다. 사정을 알고 보니 지금까지 일요일에 열리던 UH 졸업식이 올해의 경우 16일 토요일로 변경되었고 스승의 날 행사에서 주디양은 엄마를 도우지 않으면 스승의 날 행사가 차질이 생길 지경이었다고 한다.
난감한 처지에 빠진 손 회장은 딸 눈치만 보고 있는데 ‘졸업식은 내년에 하면 되지 않느냐’며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고 모친을 돕는 딸을 지켜 본 손 회장은 세상 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의 마음이었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22일(하와이 시간) 갑작스러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메모리얼데이 연휴 한인사회도 충격에 빠졌다. 연휴기간 교회나 식당에 모인 한인들은 조국의 정치상황과 갑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분분한 의견을 교환했다.
연휴가 끝나고 총영사관에는 본국정부의 지시로 분향소가 마련되어 한인동포는 물론 주지사와 호놀룰루 시장을 비롯한 주내 각계 각층의 조문객들이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했다.
공관에 마련된 분향소는 흰 국화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조문하는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 숙연하게 했다. 문득 기자는 비닐하우스가 보편화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꽃들과 과일, 채소들을 구할 수 있다지만 국화는 보통 8-9월이 제철인데 이 꽃을 어디서 다 구했을까 궁금해졌다. 담당 영사에게 “메모리얼데이까지 겹쳐 꽃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올해초 부임한 부영사가 마카푸우의 화원까지 달려가 국화를 마련하느라 발품을 좀 팔았다고 전했다. 애초 26일과 27일 공무원 근무시간에 (점심시간 제외, 칼퇴근 시간)맞춰 발표되었던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분향소 조문 일정은 일부 한인동포들의 요청으로 급조정되어 점심시간과 오후6시까지 그리고 국민장이 생중계 되던 28일까지(하와이 시간) 연장 운영되었다.
엄마를 돕기위해 졸업식 참석을 포기한 효녀 딸과 근무시간도 연장하며 분향소를 지키는 공무원 그리고 자녀들과 더불어 분향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는 동포는 물론 국민장에 불만 표하는 또 다른 동포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2009년 5월의 취재수첩을 마감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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