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한
순교자 그 침묵속의 ‘진실’
대학을 갓 입학하고 받아본 대학 학보에 학과 선배가 쓴 순교자 (김은국 작)에 대한 글이 있었다. 신의 실존문제에 번민한다는 느낌외에 글 속의 깊은 내면을 깨닫지 못했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기독교 계통의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게 됐는데 선교사인 회장님의 지시에 의해 매주 하루 아침 예배 시간에 모든 직원이 (나같은 신참 새내기도) 돌아가며 설교를 하도록 돼있었다. 아무리 기독교 학교를 나왔어도 시험때만 문장을 딸딸 외워서 공부한 빈 성경 지식을 가지고 무슨 설교를 한단말인가. 그때 문득 학과 선배의 순교자의 글이 생각났다. 주저없이 관련 학보를 찾아 내용도 깨닫지 못한채 문장을 그대로 딸딸 외워서 “순교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고 속도 모르고 회장께선 대단한 칭찬을 하셨다. 내용인즉 이렇다.
6.25 전쟁 당시 1.4 후퇴 직전의 평양에서. 유엔군에 밀려 평양에서 후퇴하던북한군이 14명의 목사를 체포해 지독한 고문으로 개종을 강요한다.(개종치 않으면 처형한다며.) 그로 인해 12명의 목사는 죽임을 당하고 2명만이 살아남았다. 국군이 다시 진주하여 사로잡은 인민군 장교를 심문하게 되었는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국군 이 대위는 그들로부터 이 학살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그동안 일반 신자들은 두명의 목사는 예수를 부인하고 배교했기에 살아남았고 나머지 12명의 목사는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신조를 지켰기에 순교하게 된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런 일반 상식과 달리 골수 공산당원은 신앙인 가운데서도 자신들과 닮은 골수 성직자를 동정했던 것일까. 무서움에 떨며 예수를 부인하고 배교한 12목사는 오히려 단호히 처형하고 죽음이 두려워 정신 이상자가 된 <한목사>와 끝까지 배신하지 않고 지조를 지킨 <신목사>를 살려둔 채 후퇴했던 것이다.
그후 이 대위는 과연 교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신 목사는 군중앞에서 계속 자신이 배교했다고 고백한다. 많은 신자들이 운집하여 순교당한 12명의 목사를 위해 뜨거운 기도를 하는데, 그들의 희망을 저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 목사는 자신은 배교했지만 그 12명의 목사들은 끝까지 신앙을 지키고 서로 격려하며 절망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의 확신속에 순교했다고 간증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지 못한 자신은 정말 나약한 사람이며 탕자의 비유를 들어 용서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다.
작가는 신목사에게, 자신은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그 열두 목사의 죽음을 통하여 신자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십자가를 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인민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여 많은 이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 그러나 신 목사는 양떼들 곁에 있겠다며 남아서 그들을 지킨다. 그 얼마 후 어느 극장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순교자가 김진규(?) 주연으로 영화가 되었다. 새삼 신목사가 외친 <신의 실존 문제와 욥의 회의>라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속 폐허가 된 시가지속에서 신목사가 외쳤다. “하나님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그러면서 그는 폐허속에서 양떼들과 함께 신음하며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때 폭격당한 교회의 종탑에서 바람을 맞아 종이 울리는 가운데 이 대위가 독백을 한다. 저 종소리속에 신목사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고. 신은 살아 있다고.
어제 방송에서 김동길 교수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순교자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순교자의 진실이 무엇인가.
인생이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우리 모두 길 떠날 나그네들, 그 날이 오면 다 벗고 갈 것이다. 거대한 재물의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싱싱한 젊음의 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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