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영 (취재2부 차장)
약 한달 전 펜(PEN) 행사를 위해 뉴욕을 방문한 소설가 황석영씨를 시립대 강당에서 만났다.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를 직접 대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소 설레는 취재였다. 대학시절 ‘한씨연대기’를 연극으로 공연한 적이 있고, 비록 장길산을 완독하진 못했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을 섭렵했다.
작가는 뉴욕 행사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순방길에 동행을 했고 ‘중도실용 정부’라는 발언으로 진보 세력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곧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에 협력하고 현 정부가 중도실용 노선을 취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기자 역시 그의 발언을 접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가진 현실인식의 문제성과 행동의 경박성을 떠나, 정말 이 말이 진실이라면 그 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언론이라면 정부(대통령)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얼마든지 쓴 소리를 하고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올바른 방향으로 전
환하길 바라는 선의가 있어야만 올바른 의미에서의 비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보수언론을 포함한 반대자들로부터 그런 올바른 비판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단 한 번도 노무현을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저주에 가까운 비난과 비아냥만을 쏟아냈다. 이런 비난은 한명숙 전 총리가 조사에서 말했듯이 퇴임 후까지 이어지며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한마디로 그들은 노무현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정말로 그가 실패한 대통령이 되길 바랄 것인가?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에만 머물 수 없기에 기자의 부모와 친지들과 친구들을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은 ‘먹고 살기 바쁜 시기에는 인권이나 자유 같은 가치들은 접어둬도 상
관없다’라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참아내기 힘든 스타일의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다.
인터넷에 개인적인 의견을 올렸다고 일반 시민을 구속하는 등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에게는 기가 막힌 일들도 계속 벌어진다. 그럴수록 “제발 부유층과 기득권 세력만 챙기지 말고 서민들을 위해 중도실용 노선으로 돌아서라”고 계속 촉구하는 것이, “ 제발 정신 차리지 마라. 그렇게 계속 나가서 나라 말아먹는 꼴을 꼭 지켜보겠다”
라고 앙심을 먹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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