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알록달록한 세상이다. 헤일 수 없이 다양한 빛깔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라 그런지 ‘일곱 빛깔 무지개’라는 말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된지 오래 전이다. 사람들은 흑백 세상을 다양한 컬러로 물들이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컬러 사진과 영화가 나오고, 컬러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우리의 입 맛 역시 오색오미(五色五味)를 논하며 식탁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 음식에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컬러 시대에서 흑백이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애잔함으로, 때로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통쾌함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흑백의 매력인 것이다. 여기 그 맛있는 메시지의 중심에 ‘블랙 앤 화이트 쿠키(Black and White Cookies)’가 있다.

“나는 블랙 앤 화이트 쿠키가 정말 좋아. 조화를 이루며 나란히 존재하는 두 가지의 맛. 정말 멋있는 일이야. 그렇지? ...... 음, 엘레인(Elaine), 블랙 앤 화이트 쿠키는 블랙 한 입, 화이트 한 입, 두 가지 맛을 번갈아 가면서 먹는 거야. 바닐라와 초콜릿이 섞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단 말이지. 사람들이 이런 블랙 앤 화이트 쿠키만 같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텐데 말야.”
미국에서 90년대 최고의 시트콤으로 평가 받은 사인펠드(Seinfeld)의 74번째 에피소드에서 제리 사인펠트(Jerry Seinfeld)의 극중 대사이다. 주인공 제리와 엘레인이 베이커리에 줄을 서있는 동안 블랙 앤 화이트 쿠키를 먹으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블랙과 화이트의 디자인을 통해 인종의 화합과 남녀간의 평화를 상징하는 감동을 전한 것이다.

블랙 앤 화이트 쿠키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뉴욕 유티카(Utica) 지역의 Hemstroughts 베이커리에서 처음 탄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블랙 앤 화이트 쿠키는 업스테이트 뉴욕이나 뉴잉글랜드에서 ‘반달 케이크(Half-moon cake)’라고 불리며, 독일에서는 ‘Amerikaner(미국인들이라는 뜻)’라고 칭한다. 엄밀히 말하면 블랙 앤 화이트 쿠키는 쿠키가 아니라 드랍 케이크에 가깝다. 컵케이크 반죽에 밀가루를 조금 더 넣으면 된다. 쿠키가 될 만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반죽으로 모양을 성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쿠키가 구워지면 초콜릿과 바닐라 프로스팅으로 아이싱을 한다. 쉽게 말해 간편한 쿠키 타입의 컵케이크라고 할 수 있겠다. 보송보송 촉촉한 쿠키 베이스는 바삭한 쿠키처럼 씹히는 질감은 덜하지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감촉이 기가 막히다. 바닐라와 초콜릿 프로스팅이 달기 때문에 쿠키 베이스는 그리
달지 않지 않은 것도 은근한 매력이다.

어렸을 적 초코파이를 먹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시도해보았을 법한 일이 바로 초콜릿 파이와 하얀 크림 따로 먹기이다. 이렇게 먹으나 저렇게 먹으나 매 한가지인 것을 어렸을 적에는 꼭 그렇게 따로 먹곤 했었다. 블랙 앤 화이트 쿠키도 마찬가지이다. 달콤한 프로스팅을 먼저 먹어 보기도 하고 블랙과 화이트를 뚝딱 반으로 나누어서 먹을 수도 있다. 아니면 블랙 한 입, 화이트 한 입 번갈아 가면서 나름 맛의 조화를 느껴보기도 한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되뇌며 인류의 평화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일. 사인펠트의 말처럼 블랙 앤 화이트 쿠키를 먹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