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ABT공연‘로미오와 줄리엣’주연 발레리나 서희 씨
며칠 전 예술가곡연구회에서 아메리칸 발레단의 공연을 대규모 단체 관람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한인들에게 발레가 편하게 즐기는 공연 예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조금 지루하고 어려운, 발레에 대해서 잘 아는 관객이 아니라면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인들도 뉴욕의 양대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단(ABT)과 시티 발레단(NYCB)의 존재 정도는 알고 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들 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7월 9일의 ABT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한인 발레리나 서 희(사진)가 이날 공연의 주연을 맡기 때문이다. 어쩌면 홍혜경, 조수미의 메트오페라 주연 프리미어보다도 더 값진 기회인 셈이다.
이미 가장 촉망받는 한인 무용가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지만 서 희씨 자신에게도 이번 주연 공연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찾아 온 기회였다. 서씨는 “지난 2월 정식으로 통보를 받기까지 사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무용단 디렉터가 너무나 담담한 표정과 말투로 주연 소식을 전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자신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너무 신기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 거예요. 내가 정말 주연을, 그것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을 맡은 건가, 그런 감정이었죠.”서씨는 줄리엣역은 모든 발레리나가 선망하는 역할이지만 최소한 26, 7세 이상이 아니면 맡기 힘든역이라고 설명했다. 세익스피어의 영원한 고전을 원작으로 했고 실제로도 원작과 거의 같은 스토리라인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단순한 기교 이상으로 풍부한 감정과 연기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연극과 달리 대사가 아닌 온전히 몸으로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베테랑급 무용가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다.
또한 20세기에 만들어진 발레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사랑받고 다양한 해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발레에 적합한 스토리와 음악으로 안무가들에게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하고, 수많은 무용수들에게 고전의 명작들과 함께 한번쯤은 꼭 정복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각국의 내노라하는 안무가들이 다양한 음악과 해석으로 수많은 버전을 선보였고 이번 공연은 프로코피에프 작곡이다. 2005년부터 정식으로 군무단 일원이 된 서 희는 한인 발레리나로서는 갖기 힘든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가졌다고 평가받았다. 스스로 “단 한번도 외국 단원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뒤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듯이 기교가 세계 최고 수준이거나 신체조건이 월등히 뛰어난 인재만이 모이는 ABT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을 군무에서 보여줬다.
ABT의 단원이 된 순간 이미 서 희는 자신의 국적을 잊었다고 한다. 영국의 로열 발레,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무용단의 일원은 말 그대로 세계인을 상대로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석에 좀 더 많은 한인 관객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또한 늘 있었다고 한다. “좋은 발레를 한번 보면 반드시 그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최정상급 무용수의 연기는 정말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새감 일깨워줍니다. 무대도 화려하지만 음악은 또 얼마나 감동적인데요. 좀 더 많이 찾아주세요.”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 발레리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 김지영과 영국로열발레단의 최유희도 주역으로 발돋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과 함께 서 희는 한국 발레리나의 전성기를 가져 올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Broadway bet 64 & 65St)에서 오후 7시 30분 열린다. 공연 티켓은 19달러~130달러로 온라인 www.abt.org 과 전화(212-362-6000)로 예약 가능하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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