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지(荒唐 無知)로소이다
신수경
편집국 부국장
이명박 정부의 14기 민주평통 하와이 출범식이 열렸던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석중인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이 참씨를 선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4기 평통 출범식 참석자들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평했다.
관료주의적 권위의식과 내심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편견이 어느나라 못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에 외국인 귀화자가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된 것은 의식의 세계화가 한국인들생활 속에 자리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는 본국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이날 강연에서도 감지된다.
새 정부의 달라진 대북정책을 강연한 이날 모임에서 기존의 평통 모임에서 느끼지 못했던 변화와 역동감이 느껴졌다.
교수출신 달변가의 사무처장은 각종 시청각 영상자료를 십분 활용해 새 정권의 달라진 대북정책을 지루하지 않게 강의했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평통위원을 역임한 사무처장에게 기대하며 경청했던 새 정부대북정책 변화의 구체적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엔 뭔가 미흡했다.
그럼에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민주평통과는 달리 동포사회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민주평통 조직을 육성하기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사무처장의 시원시원한 약속을 통해 향후 민주평통에 대한 해외동포사회 역할기대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도 해 본다.
특히 역대 정권에서 평통직을 수차례 역임했던 14기 원로위원들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새 정부의 달라진 대북정책과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을 누구보다 더 잘 비교 판단해 동포사회와 주류사회에 효과적으로 그 차이점과 실용성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정부가 지난 정권과 달라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해외동포사회에 전달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요즘. 2-3개월전 부임한 현지 공관원의 언행은 거꾸로 가는 시계바늘을 연상시키며 심한 거부감을 갖게 한다.
기자는 8월 중순 박찬욱 감독의 ‘박쥐’ 하와이 상영을 앞두고 지난달 23일 열린 영화 시사회 참석 길에 ‘음지에서 조용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국정원 소속의 영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용건만 간단하게 통화하자”는 기자의 말에 전화를 건 영사는 특정 사안과 관련해 ‘보도자제 부탁’도 가당치 않은데 “그런 건 보도하면 안돼요”라며 ‘거침없는 보도지시’를 내린다. “이미 보도되었다”는 대답에 “그런 걸 보도하면 어떻게 해요, 도대체 어떻게 나갔어요”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화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친다.
황당한 전화로 며칠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다잡고 있는 기자에게 14기 민주평통 출범식에 참석한 그 영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자에게 다가와 농담을 하며 손을 내민다.
악수 대신 “사과 전화”를 운운하자 영사 왈 “사과는 무슨 사과” 하며 지나쳐 가 버린다.
아마도 그 영사는 이 순간도 자신의 무의식, 의식 세계에서 며칠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외교관’이란 신분으로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은 고사하고 짧지 않은 남은 임기동안 부임지의 문화와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황당’하고 ‘무지’한 일방적 행보를 계속해 간다면...
당혹감과 더불어 우려감을 감추지 못한다.
세계무대에서 국익을 위한 효율성을 높이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일선 해외 공관원을 통해 해외동포들의 피부에 와 닿기까지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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