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교육가/수필가)
올해 재미 한국학교 학술대회가 어김없이 지난 7월23일 3박4일로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항상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참석한다.
이제는 아웃사이더, 올드 타이머가 되어가고 있는 분들이 일년에 한 번 만나서 얼싸 안고 악수하며 반가워 한다는 것이 그렇게도 꼭 필요한 것일까, 스스로 자문해 보곤 한다. 꼭 올 사람, 만나야 할 교사가 보이지 않을 때는 참으로 서운함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대회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알차게 발전하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같은 목표, 가치관, 생각, 그리고 동일한 삶의 궤적을 걷는 이들의 모임이 우리를 이토록 탄탄한 끈으로 묶어주며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갈수록 더욱 실감된다고나 할까.
은퇴한 후 이 몇년 동안 이 대회에 참석하면서 그동안 여러가지 책임과 부담을 느끼면서 다녔던 때와는 달리 참으로 자유로운 마음으로 엔조이하고 있다.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다니며 듣고, 메모하고 틈틈이 반가운 이들을 만나 회포도 나눈다.이번 대회의 주제는 ‘한민족 정체성 확립과 세계를 향한 인재교육’이었다. 첫날은 권영건 재외동포 이사장의 주제 강연, 이어서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의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 전용의 필요성’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다음 날은 이중언어 학회 회장인 송향근 교수의 ‘한국어 교육과 이중언어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뉴욕 뉴져지 유권자 센터 김동석 소장의 ‘소수계 2세
들의 정치, 사회적 아이덴티티’의 두 강연이 있었다. 우리 고장의 시민 운동가인 김동석 소장이 위안부 결의안 통과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이곳에서 태어난 우리 자녀들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역설한 강의 내용이 모든 참가 교사들의 공감과 박수 갈채를 받아 매우 기뻤다.
마지막 날, 14개 지역 협의회의 장기 자랑이 오히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이 보여준 끼와 재롱은 과연 기상천외라 할 만했다. 무대위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하나가 되고 배를 잡고 웃어야 했다. 왕창 망가지고 많이 웃길수록 우수 지역이다. 북가주지역 교사들이 춘 마이클 잭슨의 춤, 동중부 교사들의 원더걸스 ‘노바디’춤, 동남부 지역의 ‘소고와 난타’, 우리 동북부 지역의 연극, ‘교사 흉내’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10시가 훨씬 넘을 때까지 모든 교사들이 자리를 뜨지 않은 것이 그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 같다.
대회 참석 700여 교사들 중에 뉴저지 한국학교 교사들 12명, 그들은 참으로 놀기 잘 하고 깔깔거리고 줄곧 재잘댄다. 하지만 강의실에서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돌아가서 교내 교사 연수회 때, 대회에 참석하기 못한 교사들을 위해 그 학교의 전통처럼 되어버린 ‘전달 강습’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진이 다 빠지고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리고 좌절과 실의에 빠졌던 때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여기에 참석한 우리 모든 교사들은 산모가 음식을 섭취하여 젖을 만들어 자식에게 먹이듯, 이번 연수회 때 받은 자양분을 우리 자녀들에게 받은 그대로 온전히 전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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