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재단 서머 아트 클래스 - 로버트 라운션버그
작년에 타계한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는 잭슨 폴락과 윌렘 드 쿠닝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의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고, 60년대를 대표하는 팝 아트나 플럭서스 운동의 포문을 열어준 예술가이다.
그는 흔히 네오 다다(Neo-Dada) 예술가로 일컬어지는데, 변기를 가져다 ‘샘’이라고 이름을 붙여 마르셀 뒤샹이 소개한 오브제라던가 회화나 조각과 같은 장르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침대(Bed, 1955)’는 캔버스 대신 그가 직접 사용하던 이불과 배게위에 유화물감과 연필로 추상 표현주의 스타일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라우션버그는 일상 사물들을 조합하고 표현적인 붓질을 더한 그의 작품들을 컴바인(Combines)이라 불렀다. 신문이나 동물 박제와 같은 대중문화 혹은 키치라고 불릴 법한 재료들을 작품으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예술을 위한 예술도 아닌 다다운동의 예술에 반대하는 예술도 아닌 “예술과 인생”을 강조한다.
패러디와 패스티쉬는 그의 중요한 예술적 전략 중 하나인데, 뒤샹이 모나리자 그림 엽서위에 수염을 그려넣은 것 처럼, 라우션버그도 유명 예술 작품의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고,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강렬한 붓질과 같은 스타일도 모방한다. 유명 작품이나 스타일을 흉내내거나 차용함으로써 나타나는 효과는 바로 그 유명작품과 스타일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라우션버그는 초기 회화작품에서 구겨진 신문지 위에 검정색으로 화폭을 가득 채운 단색화 연작을 내놓았는데, 물감 밑에 구겨진 신문지로 인해 화폭은 독특한 질감을 띄게 되었다. 이는 그가 추상표현주의 형식의 회화들이 물감만을 가지고 보여주었던 시각적 효과를 구겨진 신문지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도 표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추상표현주의가 표방하는 예술적 형식이 절대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강사 김지혜는 뉴욕 시립대학교에서 미술사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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