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개별 테이블.메뉴 최초 선보인 곳
1827년 선장 존.제과제빵사 피터 데모니코 형제 뉴욕에 처음 오픈
프랑스 셰프 찰리 ‘베이크 알래스카’등 개발 프렌치 음식 황금기 열어

‘최초’라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 감동은 설렘을 넘어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맛있는 역사를 써나가는 미국 레스토랑의 최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미국 최초의 레스토랑, 손님들이 개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최초의 식당, 메뉴가 최초로 선보였던 레스토랑, 식탁보가 최초로 사용되었던 곳……’ 최초라는 이름으로 미국 레스토랑업계의 서막을 알렸던 그곳, 레스토랑 델모니코스(Delmonico’s)를 만나보자.

1820년대 세계적인 상업과 부의 중심지로 떠올랐던 뉴욕. 선장이었던 존과 제과제빵사였던 피터 델모니코 형제가 뉴욕에 델모니코스를 오픈 하였던 것은 1827년이었다. 작은 카페와 제과점 형태로 시작했던 델모니코스는 이후 많은 전설과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녔다. 수 차례 위치를 옮길 때마다 당시대를 호령하던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셰프를 영입하며 고품격 레스토랑의 기반을 확립해나갔다. 1831년에는 존과 피터의 조카 로렌조가 합류하면서 국제적 지위와 명성을 쌓기에 이르렀다.

당시 식당에서 고객들은 음식의 선택권이 없었다. 요리사가 그날그날 농장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오늘의 메뉴’였을 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 가격, 양마저 정해져 있으니 ‘돈 주고 먹는 급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델모니코스는 이 장벽을 허물며 근대 레스토랑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바로 고객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원하는 시간에 사먹을 수 있었던 미국 최초의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레스토랑에 독재적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불어 넣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델모니코스는 당시 무역을 위해 뉴욕을 드나들던 상인들을 비롯 레스토랑업계의 지존이었던 프렌치 요리사들까지 매료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드높였다.

델모니스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셰프 Charles Ranhofer이다. 프랑스 태생인 셰프 찰리는 부와 허영으로 대표되었던 길드 시대(Gilded Age)의 뉴욕 땅에 프렌치 음식의 황금기를 열어갔다. 현재 뉴욕의 클래식 프렌치 음식의 기반을 그가 다져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창조해낸 음식 중 현재까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 몇 가지를 만나보자.

찰리는 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것을 기념하여 스폰지 케이크를 아이스크림과 머랭으로 감싼 후 오븐에 구운 케이크를 선보였다. 바로 그 유명한 ‘베이크 알래스카’이다. 찰리가 단골 손님을 위해 새롭게 착안한 ‘에그 베네딕트’ 역시 빠지면 서운하다. 반으로 가른 잉글리쉬 머핀 사이에 햄과 수란을 얹은 후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은 에그 베네딕트는 한 세기가 넘도록 그 인기를 고수하고 있다. 뉴욕 음식의 신전(神殿)으로까지 추앙 받는 ‘랍스터 뉴버그(Lobster Newberg)’는 또 어떠한가. 신선한 랍스터에 마데이라나 셰리로 향을 더한 랍스터 뉴버그는 델모니코스가 만들어 낸 걸작 중의 걸작이다.

마이클 잭슨을 빼놓고 팝을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가 남겨 놓은 수많은 ‘최초’의 발자취는 팝의 역사가 되었다. 델모니코스를 빼놓고 미국 레스토랑을 논하지 말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그랬듯이 델모니코스는 미국 레스토랑의 신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