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길(수필가)
옛적 농경 사회의 미풍양속인 ‘제사’ 지내는 일이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고 있다. 제사는 우리 어린이에겐 하나의 큰 명절이었으며 여러 가족들이 모여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화다, 세계화다 해서 핵가족이 되고, 기러기 가족이 되는 등 우리 생활 환경이 많이 변했다. 가족 구성원도 국제결혼을 하면서 다양해 졌고, 그 부부는 다시 서로 다른 문화가 혼합되는 복잡한 삶이 되고 있다. 또한 내가 생활하는 터전이 나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못 된다는 데 문제는 더 크다. ‘부모의 제삿날’ 이라고 나의 직장의 업무를 저버릴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세상이 점점 개화되고 발전할수록 우리 전통적 제사문화가 내국에 있어서나 외국에 살고 있는 자손들이 계속해 주기를 바라는 전망은 밝지 않을 것 같다.
동양은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문화권이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관혼상제’라는 중요한 인간사가 있다. 적어도 2500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지내온 관례와 풍습인 제례(祭禮)를 서양철학의 기준대로 사탄(Satan)이다, 우상이다 라고 하는 험담은 믿음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서양 과학과 철학에 밀려나는 동양이고 보면 제사 문제는 겹겹이 산 넘고 산인 격이다.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이후 한식날에 일제히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간소화 하는 정책을 만들어 봄이 어떨까. 더욱 제사 문화의 간소화와 함께 산소(山所)를 없애고, 화장 문화를 활성화 시킨다면 국토를 살리는 길도 될 것이다. 그러면 유식하고 교만한 고관들이 대권을 잡겠다고 명당을 찾는 웃기는 일도 없을 것이며, 신세대 귀족들이 무궁화 삼천리강산에 조상들의 화려한 능을 조성하는 우상화의 우를 막을 수도 있겠다 싶다.
금년 들어 우리는 두 어른을 잃었다. 한 분은 화장을 한 체 봉하마을에 묻혔고, 다른 한 분은 국립묘지에 모셨는데, 모두 그만한 산소를 갖추었다.
‘공수래공수거’ 라 했던가... 어찌 찜찜한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내 뇌리를 스친다. 내가 죽거든 아태재단을 포함하여 모든 재산을 팔아서 북한 동포에게 전해 다오. 그리고 화장하여 금강산에 뿌리고 묘지도 만들지 말고, 제사도 하지 말라... 천추에 남을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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