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을 다 먹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에 잊어먹게 되는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영화도 있다. 심지어 어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영화를 단지 2시간 동안의 오락물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이 아닌 보다 진지한 관객들을 위한 영화 잔치가 10월 한달 동안 열린다. 할리웃과 충무로 상업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영화, 의미를 전해주는 영화, 거칠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영화들이다.
뉴욕한국문화원이 기획한 5명 여성 감독들의 작품 상영회 ‘Five Women Filmmakers’s Eyes on Women’이 10월 15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맨하탄 이매진 아시아 극장에서 열린다. 한인 여성 문화인들이 기획한 퀸즈 최초의 인권영화제 ‘Queens International Human Rights Film Festival’ 도 16편의 작품을 가지고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코리아빌리지
열린공간에서 열린다.
■ 뉴욕한국문화원 5인 여성 영화제
’나무 없는 산’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는 한인 여성 영화인김소영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다.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했고 올 봄 뉴욕에서도 정식으로 개봉되어 주류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12살까지 자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다소 담겨있는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엄마에게 버림받은 어린 자매 빈과 진이 고모아 할머니에게 맡겨진다는 극히 단순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극히 천진난만하면서도 영화가 끝난 뒤 한참 후까지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눈을 가진 두 아역 배우의 연기가 저절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묘한 ‘신파성’도 가지고 있다.
대사와 음악, 인위적인 효과를 최소화한 미니멀한 연출과 현장음을 최대한 살리고 비전문 배우들 주연으로 내세워 다큐멘터리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점에서 김 감독의 데뷔작 ‘In Between Day’를 연상케한다. 김소영 감독은 데뷔작에서 섬세한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이민자 가정의 10대의 정서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15일 상영.
‘뉴욕에서 배우가 되는 것(Becoming an Actress in New york)’은 홍윤아 감독이 만든 30분 분량의 짧은 다큐멘터리. 미국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교육 기관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여전히 주류 배우가 되기 쉽지 않은 3인 여성 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월 22일 상영.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집에 살고 있는 3명의 1급 장애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거북이 씨스터스’도 같은 날 상영된다.
공효진, 신민아 주연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Sister on the Road)’는 신예 부지영 감독의 데뷔작. 외모, 성격, 직업은 물론 사고방식마저 달라도 너무 다른 배다른 자매 명주와 명은이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명은의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10월 29일.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는 갑자기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을 찾는 여
성 필름메이커 그레이스 리의 유쾌한 다큐멘터리다. 11월 12일 상영. 모든 상영은 무료. 예약 212-759-9550.
‘저항하라’에서는 는 1947년 뉴욕에서 설립된 ‘리빙 씨어터(Living Theater)’가 무대와 거리에서 직접 싸우는, 살아있는 극단의 상을 보여준다.
■ 퀸즈 인권 영화제
최애영, 김은희씨가 공동기획한 퀸즈 인권 영화제는 모든 스탭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만들어 낸 의미있는 5일간의 영화제다. 여성 문제, 장애인 문제, 인권 문제, 자본의 문제 등은 늘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이지만 자신과 상관없다고 많은 이들이 치부한다. 대놓고 건드리기 껄끄러운 주제들을 가지고 정면 돌파한 영화인들의 의지와 용기가 돋보인다.
13일 오후 6시에는 개막식과 함께 다큐멘터리 ‘세계인권선언의 역사’가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이 영화는 유엔이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교육용 다큐멘터리다. ‘악마를 지옥으로 돌려보내소서( Pray the Devil Back to Hell)은 1989년부터 내전으로 고통받아온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여성들이 내전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다.
장수영 감독의 세리와 하르는 (Seri & Harr)는 장편 극영화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엄마 때문에 아이들에게 항상 놀림을 당하는 세리와 필리핀 불법체류자의 딸로 언제 단속에 잡혀 추방당할지 모르는 하르.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다시 우정을 회복해 간다는 내용이다. 조세영 감독의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다루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작은말하기’라는 모임에서 ‘성폭력 피해 드러내기’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자신을 열어 사람을 발견하고 성장시킨다. 외부와 충돌을 겪으며 더 강해지는 그녀들.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깨준 용감한 그녀들의 ‘생존토크’는 위대하다.
홍지유, 한영희 감독 공동 연출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파격적인 구호를 내걸고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한 성소수자 후보 최현숙과 함께 하는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의 20여일 동안의 선거과정을 담아냈다. 문의:718-651-7725 www.QueensInternationalHumanRightsFilmFestival.org <박원영 기자>
* 상영시간
10월 13일
19:00 세계인권선언의 역사1998/미국
19:40 악마를 지옥으로 돌려보내소서 2008 /미국
10.14 수요일(Wed)
18:00 대지의 소금1957/ 미국
19:44 마야거르츄 2009 / 한국
20:22 아르나의 아이들 2003/이스라엘,네덜란드
10월 15일
18:00 세리와 하르 2008 / 한국
19:41 저항하라! 2003 / 벨기에, 독일
21:21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2009 / 한국
10월 16일
18:00 기타 이야기 2009 / 한국
19:17 대디 앤 파파 2002/ 미국
20:24 거북이 씨스터즈 2002/ 한국
21:19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2006 / 독일
10월 17일
14:00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2009 /한국/
16:07 누군가 말하길 2004 / 미국
17:37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2009
18:47 블랙골드 2007 / 미국
두 영화제에서 모두 상영되는 ‘거북이 시스터스’는 1급 장애인 여성 3명의 투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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