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희망캠페인 - 무료 치료 나선 ‘삼각 편대’
아이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사고로 많은 것이 일그러졌다. 화마는 아이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까지 앗아갔다. 때론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척추가 휘었고, 양쪽 다리 길이가 달랐다. 이들에게 희망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던 아이들이 입가에 미소를 되찾았다. 미래를 꿈꾸고 장래희망을 이야기한다. 충남과 충북, 대전광역시가 LA에 있는 ‘LA 슈라이너 아동병원’(원장 테렌스 커닝햄)과 ‘남가주 충청향우회’(회장 이병도)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랑의 인술 프로그램’ 덕분이다. 새 살이 화상의 흉터를 덮어 상처가 치료된 것처럼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들에게 새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사랑의 인술 프로그램’ 한국서 250여명 데려와 치료
외모·일그러진 자아 함께 회복…‘제2의 인생’선물
웃음 되찾은 아이들 “받은 사랑·도움 꼭 갚을 것”
■다시 찾은 꿈
올해 대학생이 된 이정훈(가명)군은 새로운 꿈을 꾼다. 화상 흉터를 가지고 있었던 이군은 처음 LA에 왔을 때는 말썽꾸러기로 통했다. 그러나 그는 LA 슈라이너 아동병원과 한국을 오가며 세 차례 걸쳐 치료를 받았고, 이젠 달라졌다.
병원 측에서는 외형적인 화상 흉터 치료와 함께 아이들의 내면도 건강해 질 수 있도록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겉모습이 나아지는 것처럼 이들의 일그러진 자아도 회복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심리치료는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가 맡았다.
‘LA 슈라이너 아동병원’의 존 로랜트 성형 및 피부재생 전문의는 “화상치료 자체는 한국과 미국이 다를 바 없지만 슈라이너는 이런 아이들을 무료로 도울 수 있으며 아이들 외면과 내면에 생긴 흉터를 함께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군은 그 동안 자신이 받은 사랑과 도움을 누군가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해 초 대학에 진학했고 전공은 당연히 사회복지학이다.
■좌절 대신 희망을
초등학생 때부터 8년간 화상 흉터 치료를 받은 박미희(가명)양 역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대학 2학년인 박양도 세 차례에 걸쳐 화상 흉터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상처가 심했다. 심리치료와 병행된 화상 흉터치료를 통해 이제는 몸과 마음의 흉터가 많이 회복됐다.
박양을 아는 한 지인은 “처음 보면 화상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좋아졌고, 학교생활도 활발하게 잘 하고 있다. 치료 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치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김지현(가명)양은 매일 아침이 즐겁다. 한쪽 귀 모양이 이상해서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본 적이 없었다. LA에서 치료를 받은 뒤로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어떤 헤어스타일을 해볼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충청북도의 한 관계자는 “희망이 없었던 아이들이 변화되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용기와 도전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희 기자>
지난 10여년간 ‘사랑의 인술 프로그램’이 성공적 결실을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숨은 공신들인 LA 슈라이너 아동병원 관계자들과 남가주 충청향우회 임원들이 병원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LA에 온 아동 환자들이 지난해 필란에 있는 한 대추농장에서 가을소풍을 즐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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