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수도 프라하 (영어로는 프라그)를 방문 하게 되었습니다. 몇년전 멕시코 카보에서 만난 테드와 노라가 다른 두 커플과 간다고 하여 우리도 같이 동행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라하는 옛날 독일의 영토 였을 때 찬란한 문화를 이루고 있었던 곳이라 유적이 많은 도시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학이 있는 곳이지요. 그 두 부부가 아는 사람이 있어 호텔이며 우리의 일정을 그 쪽에서 모두 주선하기로 되었습니다.
우리가 묵은 팔레 호텔(Hotel le Palais)은 아주 중심가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데에 있었습니다. 프라하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내부를 아주 아름답게 개조한 고급 부틱 호텔 이었습니다. 적고 특성이 있는 호텔을 그렇게 부릅니다.
몇 년 만에 만난 테드와 노라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른 두 커플도 덴버에서 온 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인자해 보이는 의사. 그 부인도 아주 사람이 좋아 보였습니다. 또 한 사람은 사업가 였는데 부인의 다리가 유난히 길었고 상당한 멋쟁이였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우리는 시내 구경을 다니기 시작 하였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마냥 걸어다닐 자세를 갖추었습니다. 세계 각국서 모인 관광객으로 북적 거린 것은 말 할 것도 없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어느 외국인이 한국엔 볼 것이 없다는 말을 했을 때 저는 굉장히 화를 내고 섭섭해 했습니다. 비원 경복궁 남대문 인사동도 있고 역사 깊은 경주와 그 경치 좋은 설악산이 있는데...... 프라하 같은 데 와 보니 그런 말을 한 그 외국인 생각이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곳곳에서 많은 복구 작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바탕이 잘 되어 있어서 작업이 끝나면 아주 좋아 보일 것 같았습니다. 예술가의 팔래트에서 나온 색으로 칠한 집이 무척 많았는데 외부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 있는 건물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완전히 예술품이었습니다. 넓은 광장의 탑 위에 있는 세부적인 해와 달의 변화를 보여주는 천문시계가 있었습니다. 보기에 아름다운 뿐만 아니라 천재적인 재주를 가진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작품입니다. 매 시간마다 적은 문이 열리고 해골이 줄을 당기면 12사도들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보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 쳐다보고 있는 광경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신 집중을 한 관중은 이 세상에 처음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동상이 쭈욱 늘어 서 있는 챨스브리지는 마치 축제날처럼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고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 폼을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친절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공산권에서 살던 사람들의 공통점인데 그 표정이 부드러워 지는 데는 몇 년이 걸렸겠지요.그날 저녁은 테드가 우리를 최 현대적으로 새로 지은 건물의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초대를 하였습니다. 그 곳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일류였습니다. 분명히 프라하에서 제일 가는 레스토랑이 분명하리라 생각 되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다른 건물에 불빛이 별로 없는 것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식후에 마시는 꼬냑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술)을 담아 온 잔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체코는 수정으로 만드는 술잔이 유명한 곳입니다. 결국 우리는 프라하 여행 기념으로 그 술잔을 사 들고 나왔습니다. 테드와 노라가 아는 사람들이 우리를 안내 했을 때는 괜찮았지만 우리끼리 돌아다닐 때 시중에서는 마땅한 것을 찾아 먹기가 좀 힘이 들었습니다. 괜찮게 보이는 데 들어가서도 음식이 별로
였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후 우리는 프라하에서 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옛 마을을 구경 간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8명이기 때문에 미니밴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멀미를 피하기 위하여 앞자리에 앉
았습니다. 그래도 거의 세 시간 반 정도 걸린 그르믈라브에 도착 했을 땐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요즈음은 웬만하면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멀미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남편은 제가 이런 여행 시에 멀미 약 준비를 하지 않고 왔다고 화를 내었습니다. 전부터 항상 예쁜 노라에게 홀딱 반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리긴 멋쟁이가 하나 더 생겨 두 여자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런 때는 기억 상실로 자기가 독신인 것으로 완전 착각을 하고 있는 현상.
“저런 사람이 내 남편이라니!” 징그러운 물건을 보듯이 그를 흘겨 보았습니다. 아무리 딴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도 처가 몸이 좀 불편 하다고 할 때 “약국을 보면 필요한 것을 사자”고 다독거려 줄 수 있는 그런 아량도 없는 사람. 그런 인간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대 하는 것이 잘못이겠지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과만 어울렸습니다. 크르믈라브에서는 프라하에서 보다 아름다운 건물이 더 많았습니다. 유네스코 보호 지역이라고 하였습니다. 오월이었는데도 비가 부슬부슬 와서 그런지 으슬으슬 했습니다.
언덕 위의 성에서부터 전 시가지가 귀한 보물 덩어리 였습니다. 창문 주변에 세부적인 디자인으로 모양을 낸 것도 있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건물도 많았습니다. 이 모퉁이에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가 했더니 돌아서면 또 색다른 그림이 그려진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색이 그만큼 보존 된 것이 신기했습니다. 오히려 약간 낡은 듯한 그림과 색이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해가 났을 때 보면 얼마나 찬란할까요! 그 곳에 가실 기회가 있으시면 꼬옥 하루 밤이라도 묵으면서 푸욱 젖어 들어 구경을 하시고 가셔야 합
니다. 우리는 화랑이며 여러 상점을 기웃거렸는데 의사 부인은 그리스탈로 된 장식품에 관심이 많았고 노라는 사냥 장면이 있는 접시 세트에 관심이 많아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습니다.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크르믈라브를 떠났습니다. 긴 여행이었지만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김영자의 블로그: www.yongjakim.blo gs po t.com<계속>
천문시계의 움직임을 보려는 관중들의 시선(사진 위)과 체코의 크르믈라브(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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