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KCS 무궁화상조회 회장)
왕년에 국가 대표 ‘래스 링’ 선수가 은퇴하여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훈제로 익히는 돼지고기 삼겹살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을 개업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는 씨름을 해 이기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래서 힘 꽤나 쓰는 장정들이 힘도 겨뤄 볼 겸, 이기면 공짜 별식도 즐길 겸 해서 재미로 찾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훈제 ‘연어’는 먹어 보았지만 돼지고기 삼겹살 훈제는 먹어본 일이 없는 나도 한국에 가면 한번 시식해 보고 싶은 생각이다.
색다른 음식점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친구 간에, 혹은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할머니, 아버지, 엄마와 함께 이 식당을 찾은 어린 딸이 아버지에게 씨름을 해 보라고 권한다. 체격으로 보나 기술로 보나 이길 자신은 없었지만 귀여운 딸의 제의를 받아들여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주인과 마주 앉았다. 가족은 물론 구경꾼들도 손뼉을 치며 아버지를 응원한. “아빠 이겨라, 아빠 이겨라!” 하는 순간 정말 아빠가 이겼다. 와! 하는 어린 딸의 함성이 하늘을 찌른다. 주방으로 간, 주인을 쫓아가 모든 조건으로 보아 마땅히 이길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어쩌다 젓느냐고 기자가 짓궂게 물었다.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인데 지켜보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어린 딸이 열심히 응원하는 데는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 가족들을 생각
해서 져 줬습니다.” TV를 통해 방영된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알면서도 어린 딸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 씨름판에 덤벼 든 아버지의 사랑! 그런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면 2세들의 장래는 틀림없이 밝을 것이다. 능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체면을 세워 준 주인의 넉넉한 마음! 각박한 세상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고마운 마음이다. 구경꾼들도 두 사람의 마음을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공짜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과 식사 중 슬며시 나가 주인의 넉넉한 마음에 감사하며 음식 값을 지불했을 그 아버지의 마음도 그려 보면서 넉넉한 마음이 어려운 때를 이겨나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살아가기가 만만치 않고 온갖 범죄로 살벌하고 사악한 면을 보면 살맛이 없어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많다는 믿음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그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어려움도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곧 좋은 날이 오리라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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