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으로 보이는 한 인물화가 발견돼 국제 고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1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타임스가 고미술품 전문지 ‘안티크 트레이드 가제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그림은 ‘르네상스 의상 차림의 젊은 여인’이라는 제목의 인물화로 색분필과 펜, 잉크 등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지난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만9천 달러(약 2천200만원)에 팔렸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의 감정결과 이 그림이 다빈치의 작품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며 만약 그의 작품으로 확인 될 경우 그림의 가치는 1억 파운드(약 1천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빈치의 작품으로 판명될 경우 이는 ‘희대의 발견’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인물화는 그동안 탄소 연대 측정과 적외선 분석 등을 통해 작가의 기법이 다빈치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특히 그림 상단에 찍힌 지문 자국이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예술 감식전문가인 피터 폴 비로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회사가 개발한 혁신적인 다중분광 카메라를 사용해 이 지문을 분석했으며 분석 결과 지문은 중지 또는 검지의 것으로 로마 바티칸 성당의 ‘성(聖)예로니모’에 찍힌 다빈치의 것과 ‘매우 유사한’것으로 드러났다.
‘성 예로니모’는 다빈치의 초기 작품으로 당시 다빈치는 조수를 둘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그림에 나타난 지문은 다빈치 본인의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티 경매 당시 ‘19세기 독일학파’라는 카탈로그 속에 포함돼 판매됐던 이 그림은 또 탄소 연대 측정결과 1440-1650년 사이로 판명됐으며 적외선 분석결과도 다빈치의 다른 작품 속에 나타난 기법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빈치는 질감과 명암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손들을 사용했는데 분필 속의 손바닥 자국을 비록한 인물화의 기법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
옥스퍼드 대학 예술사 명예교수인 마틴 켐프는 인물화가 다빈치의 것임을 확인한다면서 조만간 이 그림에 대한 책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켐프 교수는 또 인물화 속의 주인공을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자(1452-1508)의 딸인 비앙카 스포르자로 밝혀냈으며 이에 따라 그림의 제목도 ‘아름다운 왕녀’로 개칭했다.
켐프 교수는 인물화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면서 이는 모나리자로 알려진 다빈치에 걸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것이 다빈치의 작품으로 판명되면 다빈치가 송아지 피지에 그린 유일한 작품으로 남게된다. 켐프 교수에 따르면 다빈치는 1494년 프랑스의 궁정화가 장 페레알에게 송아지 피지에 색분필 사용하는 법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인물화는 1998년 경매에서 뉴욕의 거래상인 케이트 갠즈에게 판매됐으며 그는 2007년 같은 값에 캐나다 출신의 애호가인 피터 실버맨에 다시 팔았다.
갠즈는 당시 이 그림이 이탈리아에서 공부 중이던 독일 미술학도가 다빈치 기법을 본 떠 그린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러나 매입자이자 현 소장자인 실버맨은 그림을 처음 본 순간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즉각적으로 피렌체인이 그린 것일 수 있다는 감이 들었다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이름이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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