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지 ‘굿’ 보도 한인들 혼란 초래
귀신 쫓는다며 올라서 마구 짓밟는등
미국서 활동 모 권사 ‘과격 안찰기도’
“아직도 안찰기도 있나” 교인들도 의아
이와 같이 관심이 증폭된 것은 워싱턴 포스트가 22일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소식통에 의하면 김양의 부모가 한국어로 ‘무당’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샤만’을 불러다가 굿을 하려했다”고 보도한 때문. 포스트는 “굿은 몇 시간 혹은 길어지면 며칠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며 “귀신을 달래기 위해 주문과 춤, 촛불, 향, 음식, 돈이 동원되며 때로는 물리력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사가 나가자 한국 언론은 물론 워싱턴 지역 미국 로컬 방송 마저 김 양이 ‘살풀이’ 굿을 하다 잘못돼 사망한 것처럼 일제히 보도를 해버리는 바람에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서도 굿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는 기사 중간에 “한인사회에 오래 관여했지만 굿을 하는 한인을 본적이 없다”고 밝힌 북버지니아한인회의 마이클 권 국제교류위원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어 의혹은 더욱 가중된다.
한국 문화나 전통 종교에 정통한 전문가 역시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다. 물론 살풀이도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영적인 존재를 쫓아내려는 의식이기는 하지만 목숨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물리력을 사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기 힘들다는 것.
반면 본보가 통화한 한인들의 제보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배경을 오히려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제보란 숨어서 비밀리에 하는 의식이기는 하지만 교계 내에서 아직도 안찰기도가 이용되고 있고 김양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 권사가 지난해 워싱턴에서 활동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것 등이다.
한 제보자는 “한국에서 기도원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는 그 권사가 주도하는 신유 기도모임에 갔다가 혼비백산한 적이 있다”며 “귀신을 쫓아낸다며 가슴에 올라가더니 마구 짓밟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의 가족에게 미국 땅에서 이런 짓을 하다간 큰일 난다고 말렸지만 그 이후 내 충고를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그 권사의 치유 방식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어떤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환자를 치유한다며 눈을 마구 찌르더라는 설명이다. 귀신을 쫓아낸답시고 눈을 찌르거나 가슴에 올라가 밟는 행위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연약한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위험성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환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사람들에게 매달리는 가족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첨단 현대 의학을 다 동원해도 낫지 않는 경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식을 치유하려는 가족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변론이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김라영 양의 경우에도 가족들은 김양을 데리고 한국에 나가 일년 반 이상을 머물며 치유에 전념했으며 미국에 돌아와서도 딸의 완쾌를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독교계의 뜻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범죄 수준에 해당되는 종교 의식으로 피해자가 나왔다면 문제가 된다”며 “안찰기도라는 것도 그 예외는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현재 경찰은 김 양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DNA를 조사 중으로 현장에는 김양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두 명의 다른 사람이 있었으며 이중 한 명은 현재 한국에 나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 법원이 종교의식과 관련돼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용의자를 제대로 기소한 전례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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