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부부감독
▶ BAM‘넥스트 디렉터’ 선정
방황의 날들.SALT등 대표작
8-15일 로즈 시네마 극장상영
뉴욕의 유서 깊은 아트하우스 BAM(Brooklyn Academy of Music) 시네마테크의 연례 시리즈인 ‘넥스트 디렉터’에 선정된 김소영,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부부 감독의 영화가 8일부터 15일까지 로즈 시네마 극장에서 상영된다.
김 감독의 데뷔작 ‘방황의 날들(In Between Days)(2006)’와 ‘나무없는 산(Treeless Mountain)(2008)’, 남편 그레이 감독의 ‘Salt(2003)’, 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올해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상영된 ‘The Exploding Girl(2009)’이 상영되고 이들 감독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챠이 밍량의 ‘Rebel of the Neon God’ 등이 선보
인다. 이미 10여개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미국에서도 가장 촉망받는 독립영화계의 기수로 떠오른 김소영 감독은 BAM이 선정한 넥스트 디렉터에 선정됨으로서 말 그대로 인디 감독을 넘어 ‘미래의 거장’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셈이다.
아내를 감독의 길로 이끈 남편
부부와 연인이 예술가적인 동지가 되는 것은 더없이 낭만적인 일임과 동시에 무척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 10년차인 이들 부부는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가 표현 했듯이 “ 마치 두 몸을 가졌지만 한 가지 생각을 하는 듯이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다. 둘은 똑같이 두 편의 장편을 만들었고 서로의 작품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의 스타일마저 서로 닮았다. 효과를 최소로 사용하는 미니멀리스트이며 문학적인 향취를 갖고 있는 감독들로서 세밀한 일상을 포착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클로즈 업 앵글을 선
화하는 취향도 같다.
시카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김씨가 감독이 된 것은 사실 남편의 영향이다. 99년 결혼한 김씨는 그레이 감독의 첫 영화인 ‘소금’의 촬영 로케이션을 위해 2001년 아이슬란드로 갔다. 워낙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편 일을 도와주다가”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 4월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방황하는 날들’의 시사회 한 장면. 관객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부부 사이를 2살이 채 안된 딸 스카이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부부의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겨버렸다. 관객들의 시선은 내내 인형같이 귀여운 스카이의 행동에만 쏠렸다. 그림처럼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감독의 자화상 그리고 성장통
언제부턴지 김소영 감독은 영화가 자신에 관한 내용이냐는 질문을 꺼린다.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받는 질문이고 영화의 초점이 자전적 내용에만 쏠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감독의 두 작품에서 감독 자신의 모습을 지울 수는 없고 성장통이란 단어만큼 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를 찾긴 힘들다.‘방황하는 날들’은 엄마와 둘이서 미국에 온 10대 소녀의 방황을 다루고 있고, ‘나무 없는 산’은 엄마에게 버려진 채 할머니의 손에 맡겨진 어린 소녀 자매의 이야기다. 모두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들이다.
김소영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까지 그곳에 있다가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가 먼저 미국에 가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은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나무 없는 산’은 그때의 기억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방황하는 날들’의 주인공처럼 김씨도 미국에 와서도 여전히 한국말만 사용하는 등 이민 초기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년이 지나도 영어를 못하자 어머니가 한국인이 한 명도 살지 않는 지역으로 집을 옮긴 후부터 비로소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이 평가를 받는 것은 ‘한국인의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는 보편성’이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일상이 가장 아름답고 중요하다
드라마틱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비일상적이란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이른바 ‘막장’이라는 조어까지 말들어내며 현실을 비트는 것도 일상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한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밥먹고, 일하고, 생각하는
것들, 즉 일상을 알아야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들의 작품 ‘로제타’를 보면 한 여자의 일상을 너무도
아름답게 포착한다. 그 여자가 매일 밥을 먹는 것, 친구들과 만나는 것, 일하는 것 등 일상을 세밀하게 그렸다. 영화에서 캐릭터의 일상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예술이란 남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다.” (로제타는 이번 시리즈에서 상영한다)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들어가면 지나치게 영화가 감상적으로 흐르기 쉽다. 일상을 바라보는데 음악을 사용하면, 그 일상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
김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스위티’, ‘내 책상위의 천사’를 연출하던 시절의 제인 캠피온 감독을 떠올린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자전적인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내용, 일상을 포착하는 여성 특유의 예민하고 따스한 시선, 담백한 표현 기법,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유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두 감독은 또한 미술을 전공했으며 독립 영화로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갔다)
김 감독은 현재 (한인이 주인공이 아닌) 한 노인을 주인공으로 장편을 쓰고 있다. 장편을 쓰면서 규모가 작은 실험영화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대학생인 두 친구의 이야기다. 어떤 작품이 나오건 머지않은 미래에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에 버금가는 걸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가족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호러영화도 하고 싶다는 감독인 만큼 뜻밖의 장르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다. MAM 로즈시네마 30 Lafayette Ave, 브루클린. 티켓문의 www.bam.org <박원영 기자>
김소영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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