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빈(교도소 심리학자)
지난 연말 댄스파티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운전을 안 하니까 삿대질과 싸움의 말을 나를 향하여 하고 나는 운전을 해야함으로 언성 높은 말들을 앞을 보며 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의 격조와 음성의 높음을 따라 나의 입에서 튀어나가는 침거품은 윈드쉴드에 맞아 저 쪽에서 오는 차의 불빛에 역력히 비치고 있었다. 한밤중 차를 운전하며 싸움을 해야하는 사람을 위하여 윈드쉴드 와이퍼가 차 안쪽에도 하나 있을 만도 하다.
필자는 미혼시절에 연상의 여인들을 좋아하여 결혼도 결국 연상의 여인과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부의 평상대화도 대체로 존댓말을 쓰고 부부싸움의 말도 존댓말을 하게 되었다. 집안이 떠나가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싸움의 말이지만 문장의 끝마디는 반드시 존댓말로 끝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싸움을 하게되면 한국어와 영어의 모든 욕과 쌍소리를 다 동원하며 싸워야 직성이 풀리게 되었다.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질인간이라고 내려다보며 살았다. 그러던 것이 미국에 와서 춤을 배우고 지금은 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늦바람이 나면 무섭다는 말은 그래서 하는 말 같다.
블루스는 너무 느리고 끈끈한 데가 있어서 싫고 록큰롤은 유치하고 야만적이어서 좋지 않다. 둥글게 둥글게 추는 왈츠도 상관은 없으나 요즘 와서는 흘러간 옛 유행가에 맞춰 폭스트롯트를 뱅글뱅글 돌면서 추는데 큰 재미를 들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춤은 차차차와 탱고이다. 몸을 붙일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의 눈초리를 주시하며 잽싸게 움직이는 무릎 발과 허
벅다리와 어깨와 팔 움직임의 차차차는 참으로 재미있다. 그러나 스텝을 잘 아는 상대와 목덜미에 힘을 주고 좀 불규칙적인 것 같은 음악에 기계와 같이 정교하게 춰야하는 탱고는 중독적이다.
우리의 춤싸움은 내가 자기보다 남의 여자와 춤을 더 자주 춘다는 나의 아내의 공박에서 시작되었다. 싸움의 공박과 반박의 끝없는 싸이클 속에서 그러면 3분의 2는 자기와 추고 3분의 1은 남의 부인과 추면 되겠냐고 소리쳤더니 아내의 안달에 넘어가서 홧김에 3분의 2를 추겠다고 한 것이 생각할수록 후회가 되고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 돌아오는 댄스파티에는 주최자를 찾아가서 서로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가면 무도회를 하든지 아니면 아예 부부끼리는 춤을 못 추게 하는 법을 정하여 써 붙이라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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