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영(취재 2부 차장)
본보 신년 특집호에 실린 동양화가 안성민씨의 호랑이 그림을 본 독자라면 아마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잔뜩 폼을 잡고 포효하고 있지만 흉포한 맹수의 이미지가 전혀 없는 신년 호랑이는 우리가 설화에서 익히 들었고 민화에서 보아왔던 친근한 모습이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용맹한 백수의 왕인 동시에 곶감을 무서워하고 토끼에 꾀에 빠져 물속에 뛰어드는 어수룩한 벗이기도 했다.
12지신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뱀, 양, 원숭이, 말, 돼지, 용, 닭, 개 12가지 띠동물 중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상상의 동물 용을 제외한다면 호랑이가 가장 먼저 우리에게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마침 세계야생동물기금은 ‘2010년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10종’을 발표하며 북극곰, 태평양 바다코끼리, 블루핀 참치, 자바 코뿔소, 자이언트 판다 등과 함께 호랑이를 꼽았다. 현재 생존하는 호랑이는 3,200마리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엄밀히 말해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이미 오래전 사라져버린 동물이다. 공식적으로 한강 이남에서 마지막 호랑이가 목격(사살)된 것이 1924년이기 때문이다. 3,000여 마리 남아있다는 호랑이 대부분은 수천 킬로미터의 설산과 광야를 누비던 웅장한 우리 호랑이(백두산 호랑이)가 아닌 사자랑 붙으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 벵갈 호랑이들이다. 불황이 극심했던 지난 2년간 우리는 참 많이도 ‘어렵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은 바로 호랑이가 없어져버린 원인, 즉 인간의 탐욕이다. 어떤 사람이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보다 수천배나 많은 보너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사회적인 평등이나 규제를 말하는 사람들을 ‘사상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붙인 미국 사회가 월가의 탐욕과 붕괴를 부추겼다.
몸에 좋다고, 간사한 입맛을 충족시키겠다고, 희귀한 가죽을 입겠다고 보는 대로 생명체들을 잡아 죽여버린 인간의 탐욕이 수많은 동물들을 멸종시켰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데도, 부시가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는데도, 코펜하겐 회담에서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못했다. 사람들끼리, 그리고 인간과 동물끼리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한 지구라는 인식이 없다면 호랑이는 곧 멸종할 것이고 우리 인간들도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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