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놀았던 닷새
독일 뮌헨에서 한 70 km 남 쪽에 위치한 보여베르그 클럽의 골프 대회는 독일에서도 이름이 나 있는 대회입니다. 남편이 씨클라우드(Sea Cloud)라는 호화 선박 항해 시에 만난 볼프강과 우테로 부터 초대를 받았습니다. 5일에 걸쳐 열리는 대회였습니다. 닷새를 계속 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에 하루를 쉬기로 하였습니다. 초청장을 보니 닷새에 걸쳐 열리는 이 대회는 매일 주제가 달랐습니다. 골프를 치는 값과 음식 값이 괜찮은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침 식사, 점심뿐 아니라 오후 티 (tea) 타임의 케익을 비롯해서 저녁 식사까지 포함 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여름 휴가로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에비앙에 있을 때는 휴가 같기는 하지만 항상 하는 일이 있어 바쁘니까 사실 휴가도 아니거든요. 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은 220명 정도. 우리 친구 울라와 버니도 함부르그에서 왔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명단도 상당히 길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클럽의 회장인 볼프강의 초대 였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누구를 아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도착한 날 돈을 내려고 하니 볼프강이 우리 몫 계산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짜기로 유명한 게 독일 사람인걸로 알고 있는데. “야, 굉장한 선물이야” 하고 우리는 정말 놀랬습니다. 아늑한 내부의 식당에는 나무 색을 그대로 드러낸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고 모두 테이블보와 의자의 쿠션도 흰색으로 (어떤 것은 레스로) 해 놓아 산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하여 바깥에 텐트를 치고 앉게 되어 있었습니다. 꽃 장식을 너무나 아름답게 해 놓았고 그 앞으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골프장과 멀리 보이는 산 경치가 볼만 했습니다.
매일 스폰서가 달랐습니다. 고급 자동차, 개인전용 비행기 회사도 있었고 첫날의 스폰서는 마지오레 (Lago di Magiore) 호수의 스위스 쪽에 위치한 지아르디노(Giardino) 라는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그 호수의 대부분은 이태리에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번 가본 호수인데요 경치가 정말 좋은 곳 입니다. 그 첫날의 주제는 분홍색. 모두 분홍색을 입으라고 하였습니다. 아마 그 호텔의 실내 장식에 분홍색이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저는 분홍색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아서 분홍색 모자 하나로 때웠고 저녁에는 마침 약간 보라색이 도는 유일한 분홍색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있어 그것을 입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분홍이 약간 섞였거나 혹은 온통 분홍색인 복장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날은 흰색 차림, 또 하루는 섬나라 등 매일 주제를 다르게 주어 복장을 바꾸도록 하였습니다.
아침식사를 부페로 차려 놓았더군요. 과일, 머핀이며 이곳 사람들이 잘 만드는 비르혀 뮈슬리 (잡곡 씨리얼을 전날 우유에 담궈 부드럽게 만든 것), 여러 가지 빵과 잼, 콜드컷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골프를 치는 중간에 간식이 있는가 하면 골프를 치고 점심때 돌아와 보니 뷔페에는 해물 샐러드, 비텔로토나토ㅡ그것은요 송아지 고기를 익혀 통에든 투나와 마요네즈로 소스를 만든 것입니다. 파스타 샐러드, 양념한 옥수수, 새우 샐러드, 볶은 버섯, 그런데 그게 그냥 보통 흰 버섯이 아니라 유난히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샹터렐 버섯 이었습니다. 부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집어 잡동산을 만드는 것을 좋아 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좋아 보이는 것 3가지 정도만 담았습니다. 그리고 모양이 예쁜 로켓이라는 샐러드 잎을 두 세개 집어 가운데 올려놓았습니다.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과 테이블을 하나 골라 잡았습니다. 모두들 땀에 젖어 얼굴이 번들 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모자 쓴 부분의 머리가 납작 하게 붙었고 젓은 수건을
목에 두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몸에서 열이 발산 하였습니다. 보통 네 시간 반이면 한번 돌 수 있는 코스를 거의 다섯 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더위로 헉헉 거리면서 쳤으니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운동과는 원래 담을 쌓은 사람이지만 운동을 통해서 이렇게 사람들과 사귀는 게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 그냥 앉아서 마실 것을 놓고 얘기를 나
누는 사람들, 레스토랑 텐트에는 그저 하루종일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저녁에는 정성 들여 브라운 쏘스로 얼굴의 기미를 감추고 클럽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바 근처에 서서 마실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두 번 쳐다 볼 만한 미남 미녀도 많았습니다. 멋쟁이들도 많아 볼만 했습니다. 저녁식사 후 후식을 먹을 때쯤부터는 그날 골프를 잘친 사람들에게 상품을 주었습니다. 쇼맨의 재질을 다분히 갖고 있는 클럽 총지배인의 재치와 유모어로 저녁 내내 웃음바다가 되었고 가수나 마술사들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밤에 디스코 뮤직이 시작하면 밤늦게 까지 젊은 아이들은 남에게 뒤질세라 춤을 추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텐트아래 남아 음료수를 마시며 얘기로
꽃을 피우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이 보여베르그의 하루입니다. 그저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노는 것이지요.
쉐프 챨리는 매일 한 가지는 독일 전통의 음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느 날은 양지머리를 국물에 익혀 저미고 호스레디쉬라는 매운 뿌리를 갈아 크림과 함께 쏘스를 만들었습니다. 타펠 슈핏즈 (Tafel Schpitz)라고 불렀습니다. 전통 식대로 퓨레된 시금치를 곁들여 내 놓았습니다. 하루는 롤라든 (Roladen) 이라는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얇게 저민 소고기에 겨자를 바르고 절인
오이지, 지진 양파를 넣고 돌돌 말아서 냄비에 담은 후 국물을 약간 붓고 익히는 요리 입니다. “이거 내가 아주 좋아 하는 것이야” 남편이 저를 건너다보며 말했습니다. 언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지만 아직 한 번도 안 해 보았습니다. 하루 저녁의 찬 뷔페에는 익힌 소고기 양지머리를 종이장처럼 얇게 져며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로 양념한 것이 있었습니다. 여름에 아주 적격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쪽에는 스시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세계 음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에 샘이 났습니다.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독일,
심지어는 프랑스의 수퍼마켓에서도 스시를 만들어 파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음식도 좀 알려야 하는데..... 쓱 지나가는 아를렛의 접시 위에 주먹만한 초록색 물체가 언뜻 눈에 띄었습니다. “어.......” 무엇이냐고 물으려고 하였는데. 워낙 동작이 느린 저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그릴 쪽에 가보니 분홍빛이 도는 싱싱한 생선과 대하, 그리고 스테이크가 있었습니다. 유럽의 스테이크는 미국 것처럼 연하지 않기 때문에 단연 생선으로 정했습니다. 나중에 아를렛을 보았을 때 그 초록색 물체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 하는 시늉을 하며 눈을 굴려서 저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아보카도 퓨레 인줄 알고 와사비를 한 수저 크게 떠서 먹으려다가 혼이 났다고 하였습니다.그렇게 매일 씩씩하게 운동하고 씩씩하게 논 것은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몇 년씩 계속
해서 온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사람 구경도 재미있고 운동도 좋지만 그렇게 좋은 친구들과 한 팀이 되어 며칠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가능하면 내년에도 꼬옥 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습니다.
매일 스폰서 주제에 따라 색이 다른 옷을 입는다. 오늘은 흰색을 입어야 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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