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하양이라는 마을, 하양초등학교에서의 첫 수업날. 미국에서 원어민 교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생들은 말없이 나의 동작 하나하나를 신기하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그 후 3일째 되던 날 긴장이 풀렸는지 교실은 소란스러워져 갔다. 학생들은 영어만 쓰는 나의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어 몸을 뒤틀고 야단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던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좀 조용히 하세요! 교실이 한 순간에 조용해 졌다. 잠시 후 한두명씩 귀여운 경상도 사투리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앨리쓰 쌤 한국사람이가? 미국사람이가?
영어 담당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영어로만 말하라고 당부하셔서 나는 영어로만 가르치고 자원봉사 한국 대학생이 한마디씩 통역하는 식으로 수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수업진행이 너무 느리고 무엇보다 나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였다.
학생들이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내가 “English Please!하면 학생들은 “쌤 지금 뭔 말 하는기고?라며 머뭇거렸고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잉. 글. 리. 쉬. 플. 리. 즈 래잖아~라며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그리고도 이해가 안 되는 학생들은 “아, 모르겠다라며 돌아서기 일쑤였다.
그렇게 학생들은 한두 명씩 포기를 하거나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효율적으로 할까 하고 생각한 끝에 약간의 한국어를 쓰기로 맘먹었다.
영어와 함께 한국어로 보충 설명을 하자 학생들의 반응이 180도로 달라졌다. 수업시간은 더 즐거워졌고 또 내가 한국말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자 학생들은 더 이상 나를 외계인으로 보지 않고 자기들의 세계로 받아주었다.
휴식시간이면 떼로 몰려와 쉴 틈도 없이 질문을 하고 말을 걸었다. 낯설고 어려운 영어지만 하나라도 더 질문을 하려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나 귀엽고 대견했다.
만약 내가 한국말을 하지 못 했더라면 학생들과 친하지 못하고 영원히 그들에게 외계인 취급을 당했을 것이다.
TALK 장학생들을 만나보면 각자 경험이 다양하다. 한인이 아닌 외국인 교사들은 한결같이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고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것을 알고 버릇없게 굴며 심지어는 뒤에서 욕도 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주말 한국학교에 감사를 드린다.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서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조교로 봉사한 덕분에 한국에서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
한인 2세들이 매주 토요일 마다 한국학교에 가는 일이 쉽지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견디다보면 언젠가는 한국어가 깜깜한 밤 반딧불 역할을 하는 것을 꼭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언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것은 오랜 시간의 투자와 끈질긴 노력이 따라야 한다.
첫째, 집에서 부모님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둘째, 한국 드라마를 보자.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귀가 뚫리고 어떤 단어들을 어떤 상황에 쓰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인 펜팔을 찾자. 한국에는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아 이 메일을 주고 받다보면 직접 한국에 가 지 않고도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앨리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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