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취재 1부 부장대우)
뉴욕·뉴저지 한인사회가 미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 노력으로 또 다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뉴욕·뉴저지에선 기존 한인 교육관련 단체나 기관을 중심으로 한국어반 개설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고 때론 한국어반 개설 사업이란 특정 목적의 새로운 집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다가 식어 내리기를 수 차례 반복했던 터라 이제는 기나긴 준비운동을 끝내고 부디 제대로 불이 붙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미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일은 한인은 물론, 타인종에게 한국어 및 역사와 문화를 교육시켜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지지를 받아왔다. 달가워하지 않는 무리의 어두운 분위기도 동시에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어반 개설 운동의 선봉에 서서 구두창이 마르고 닳도록 뛰어다니며 애쓴 사람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 있다. 바로 한인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내부의 적이 한인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교육계에 종사하는 타인종이 훨씬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의 적으로 몰린 한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자녀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국까지 왔는데 굳이 정규학교에서 한국어를 따로 배워야 하는지,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모와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왜 따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지, 글로벌 시대에 중국어와 일본어를 학습하기도 벅찬데 귀한 수업시간에 한국어를 굳이 배워야 하는지 등에 의문을 갖는다. 여기에 이미 중국정부의 든든한 돈 세례 덕분에 미 정규학교에 깊숙이 뿌리내린 중국어에 한국어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간 만나 인터뷰했던 수많은 영어권 한인 1.5·2세들이 부모 세대에 갖는 원망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철없던 어린 시절 고집 부릴 때 매를 들면서라도 한국어를 가르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마음을 과연 부모들은 모르는 것일까?
지난달 LA에서 ‘AP 한국어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미동북부에서는 2007년 10월 출범한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추진회’ 활동에 이어 뉴욕한인교사회가 이달 11일 타인종 학군 관계자와 학교 교장 및 교사들을 대거 초청해 한국어반 개설 설명회를 앞두고 있는 등 최근 한창 물오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사회보다는 한인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힘겨워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인들이 진정 ‘나 몰라라~’하는 자세로 일관하다가는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한인 후손들로부터 ‘당신들이 바로 내부의 적이었노라’고 원망의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과연 차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한인으로 오늘을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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