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영미가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난 본능적으로 버스에서 내렸고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영미야! 나 민아야.” 친구는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민아?” “응, 우리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나랑 첫 번째 짝도 했고…” 그제서야 기억이 나는지 “아… 기억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난 가끔 너 생각했는데” 나의 반가움에 영미는 조금 당황하더니 “그냥 잘 지내” 별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 바쁘다며 나중에 만나자고 서둘러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 영미의 소식을 들은 것은 다른 친구를 통해서였다. 가정형편도 너무 어렵고 고등학교 진학도 어려워서 직업학교를 가게 되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만큼 굉장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친구를 생각한다. 꼭 다시 한번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영미야, 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철이 없어서 너의 마음을 다 헤아려 주지 못한 것 같아. 너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 그땐 너의 장애가 불편했고 내가 잘 맞춰줄 수가 없었어. 지금 너도 아이의 엄마가 되었겠지. 내가 승욱이를 낳아보니까 그때 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많이 이해되고 알게 되었어. 철없었던 나의 행동을 용서해 주겠니? 영미야,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
때론 다른 장애가정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이유가 ‘영미’라는 친구 때문이다. 내 마음에 또 다른 ‘영미’를 만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영미’에 대한 마음의 보답이라면 너무 거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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