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희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원로목사
이동진 원로목사님의 영결예배가 지난 5일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서 있었다. 그 자리에는 많은 조문객들이 참석해 이 목사님을 추모했다.
이 목사님과 나의 인연은 1959년 8월 19일, 나를 포함한 4명의 학생이 미 감리교단으로부터 선택되어 워싱턴으로 가던 길에 하와이를 경유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하와이에 들러 하루를 묵고 관광을 하고 가게 되었다. 그 때 우리는 카일루아 해변에 있었던 감리교회 캠프에서 그 주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던 이 목사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2년 후 이 목사님은 워싱턴 웨슬리 신학교로 나를 찾아오셨다. 이 목사님은 졸업 후 하와이 교회로 오라고 끈질기게 권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1962년 8월 2일 이곳에 오게 되었다.
이 목사님은 어느 날 나에게 골프를 치자고 하셨다. “골프요?” 감히 생각도 못할 때였다.
그러나 목사님은 “월요일은 목사들의 휴일일 뿐 아니라 어느 사립 골프장이든지 다 무료로 칠 수 있게 허락하니 같이 운동하자”고 강권하셨다. 그래서 매 월요일 이 목사님과 장로교회 화이퍼 목사님를 따라 다니게 되었다. 이 목사님은 28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나의 친 형님과 동갑이시다. 두 분은 나를 끔찍하게 아끼시고 사랑해 주셨다.
이 목사님은 1962년 우리 교회를 떠나 기로하나, 파카, 올더스게이트등 세 교회를 6년씩 섬기고 1980년 여름 은퇴하셨다. 그래서 곧 우리 교회 원로 목사로 모시게 되었다. 그후 1년만에 나는 로스앤젤스 교회로 떠나게 되었다.
얼마 후에 이 목사님이 우리를 찾아 오셨다. 우리 사택에 모시고 오래간만에 골프도 같이 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주일이 되어 설교를 하시게 되었다. 나는 이 목사님을 나의 형님과 같으신 분이며 등등 내 언변이 달 수 있는 한 환영사를 늘어놓았다.
나의 장황한 설명을 받고 강단에 오른 이 목사님은 대뜸 “박 목사님은 나의 원수입니다”고 하셨다. 순간 교우들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한참 뜸을 드리고 계시던 이 목사님이 “골프장에서 말입니다!”고 하시어 안도의 폭소가 터저 나왔다.
미국의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도 이러한 긍정의 힘을 발휘했던 분이었다. 그는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몹시 가난하여 학교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성실하게 일하여 돈을 벌었고 결혼 후에야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에 정치에 뛰어들어 주지사, 상원의원이 된 후에 아브라함 링컨을 보좌하는 부통령이 되었다. 그가 암살된 후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지만 상대편으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당한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다니 말이 됩니까?” 그러자 존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가 초등학교를 다니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틀이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이 목사님은 유머가 많은 분이셨고 그 유머는 그의 주변을 언제나 화평케 했다.
이 목사님은 10년 전 서울 손님들을 위해 빅 아일랜드에 새벽에 건너가 하루 종일 운전하시고 쓰러지셨다. 오래 고생하시다 일어나셨지만 보행보조기를 잡아야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교인들의 관심과 사랑은 줄지 아니하고 배가되었다. 매주 음식점에 모시고 가 대접하는 이들, 차편 봉사, 각양각색의 사랑의 봉사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주일 예배에 모시고 가는 차편을 제공했으나 작년 3월 80회 아내의 생일 잔치 후 젊은 교우가 자원함으로 밀려났다.
이 목사님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다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긍정적이고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셨으며 유머 (humour)의 달인이시기 때문이었다. 이제 조만간 나도 이 목사님이 계신 곳에 찾아가 그 댁에 머물기도 하고 골프도 해야겠다...
그 분과 함께했던 지난 날들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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