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해냈다”...한인사회 열광의 도가니
워싱턴 한인사회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염원을 이룬 22일 한인들은 “드디어 해냈다!”를 외치며 가슴 벅찬 함성을 질러댔다. 90도를 웃도는 염천(炎天)의 날씨도 이날만큼은 한인들의 월드컵 응원 열기와 쾌거를 이룬 기쁨에 기가 죽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벌어진 이날 오후 한인사회는 일찌감치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공동응원전이 벌어진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물론 직장과 한인 식당가, 각 가정에서도 한마음으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월드컵 워싱턴 동포준비위원회 주최로 와싱톤 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공동 응원전에는 6백여명의 ‘붉은 악마’들이 경기 두 시간 전부터 몰려들어 풍선막대를 두드리며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어린이부터 팔순 노인까지 붉은 티셔츠를 입고 얼굴 페인팅, 태극 패션으로 멋을 한껏 낸 참가자들은 청소년 치어리더들의 선창에 따라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심판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고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한인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께 부둥켜안고 자축했다. 한 20대 여성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감격해했다.
▲식당가 붐벼
워싱턴의 한인 식당가도 붐볐다. 1차전부터 응원 장소를 제공해온 설악가든, 까치둥지, 외갓집, 꿀돼지 등 식당들은 나이지리아 전이 열리기 1-2시간 전부터 좌석을 꽉 메울 정도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식당들은 모처럼의 월드컵 특수를 맞아 대형 스크린을 준비, 고객들을 맞는 등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다.
친구들과 훼어팩스시티의 까치둥지를 찾은 김모씨(훼어팩스)는 “집에서 보는 것 보다는 단체 응원이 더 재미있어 식당을 찾았다”며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 하면서 경기를 보니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일손 놓고 응원
한인 직장에서는 이날만큼은 ‘월드컵의 날’이었다. 미국 회사에 다니는 일부 직장인들은 월드컵 경기 시청을 위해 휴가를 내기도 했으며 한인 직장에서는 아예 일손을 제쳐놓고 TV 중계를 지켜보며 직장 응원전을 펼쳤다.
애난데일의 한스관광 직원들은 이날 모두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고 출근해 고객들을 맞았다. 조앤 한 사장은 “월드컵 생각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혀 혼났다”며 “전 직원들이 단체 응원을 하며 마음과 마음을 모아 승리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학교 조퇴하기도
월드컵 응원전에는 1세들뿐만 아니라 1.5세, 2세들도 가세해 열기를 더했다. 워싱턴 지역 대부분의 학교들이 방학을 맞은 가운데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공동 응원장을 찾아 월드컵의 축제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늦은 24일 방학을 하는 훼어팩스 카운티의 일부 한인 학생들은 아예 학교를 쉬거나 아니면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해 응원 대열에 동참했다.
10대 자녀들과 함께 단체 응원전에 동참한 40대 김모씨(헤이마켓 거주)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는데 월드컵이 아이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모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응원하면서 동질감도 더 느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가정에서도 한마음
가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인들은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축구를 지켜보며 얘기꽃을 피웠다. 한인 가족들은 전반전 초기에 한국팀이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먹자 아쉬운 탄성을 내질렀다. 위기의 순간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수에 이어 박주영의 그림 같은 동점골이 터져 나오자 각 가정은 온통 함성의 도가니로 변했다.
메릴랜드 저먼타운의 권 모씨는 “최선을 다해 싸워준 태극전사들이 고맙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응원한 이 에너지가 앞으로 이민생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8강까지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는 원정 16강 진출이란 새로운 역사를 쓴 한국 대표팀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선전해 8강까지 가자는 분위기다.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은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투혼으로 16강의 꿈을 이뤘다”며 “앞으로 다시 한번 마음과 마음을 모아 태극전사들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응원 열기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고대현 위원장은 “그동안 잘 싸워준 대표팀과 응원해준 한인사회에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면서 “26일 우루과이전에도 모두 붉은 유니폼을 입고 나와 신나는 응원을 해보자”고 주문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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