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권자들도 무분별 편승...동포사회 경제난 뒷전
워싱턴에 한국 정치 바람이 거세다. 올봄 들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팬클럽인 ‘재오사랑’이 발족했다. 권력실세의 사조직인 만큼 이름을 알만한 이들이 가세했다. 진보진영에서도 질세라 ‘민주개혁 미주연대’가 3월 출범했다.
지난해에는 워싱턴 한나라 포럼과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씨의 개인 연구소가 비엔나에 문을 열었다. 말이 연구소지 정 전 장관의 정치 행보를 위한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7월에는 ‘국민성공실천연합(약칭 국실련)’이란 생소한 단체가 워싱턴 지회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시 이명박 후보 당선에 기여한 한나라당의 외곽조직이라 한다. 얼마 뒤에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민주포럼’이 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야나 중진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조직을 만들면서 워싱턴 동포사회도 조기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다. 일부 단체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은 부나방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어디라도 끼지 못하면 팔불출 취급받는 양이다. 동포들이 겪고 있는 초유의 경제난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다.
최근에는 재외동포선거를 감시한다는 단체도 창립됐다. 공정한 재외선거 정착을 위해 활동한다는데 그 면모들이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란 지적이다. 2년 뒤로 다가온 재외국민 투표시대가 만들어낸 이상 현상이다.
한국 정치 과열 현상 뒤를 살펴보면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무자격자들의 이율배반적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법은 미 시민권자의 한국 선거나 정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참여’를 공식 선언한 미주개혁연대나 국실련에 앞장선 인물들의 대다수가 시민권자다. 다른 단체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두고 온 모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들의 평소 행적에서 선의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이는 다음 평통 회장 자리를 노리고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특히 국실련 워싱턴 고문 및 조직위원장에 임명된 신현웅씨의 사례가 한인사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시민연맹(LOKA-USA)이란, 워싱턴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비영리단체의 전국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시민권자들이 모여 미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인사회의 권익을 쟁취하겠다는 건전한 취지로 창립된 단체다.
십여년 전부터 시민연맹을 이끌어온 신씨가 동포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 선거철마다 활약상은 두드러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미주후원회에 관계하면서 말썽이 난 적이 있다. 평소 미 주류사회 진출을 입에 담고 다니다 이번에는 한국 여권 조직의 임명장을 받았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재미동포들에 2년 뒤 다가올 참정권 행사는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동포사회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에 미국 성조기 앞에서 맹세한 시민권자란 자각, 공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참정권이 어떻게 하면 동포사회의 분열을 막고 실제적 권익에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성찰적 고민과 처신은 보이지 않는다. 동포 권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저급한 해바라기성 욕망만이 분출되고 있다.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한국 정치인들이 오는 자리에 찾아가는 시간에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의 진위를 가르고 한인사회가 앞으로 어떤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실천적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