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 무력으로 일본 전국을 통일해 모든 것을 손아귀에 움켜진 토요토미 히데요시(豊信秀吉)는 1598년 8월 18일 병사했다. 그는 통일 후 헛된 조선 정복의 꿈을 위해 임진, 정유재란을 일으켰으며 56세 나이에 애첩 요도기미(淙君)로 부터 얻은 히데요리(秀賴)를 금지옥엽 귀여워 했다.
히데요리가 태어나기 전 친자가 없었던 히데요시는 천하를 통일하던 해 조카인 히데쓰구(秀次)를 사실상 후계자로 정하여 관백의 자리를 물려주고 태합의 자리로 물러나 후시미성에서 은거하기로 했었다.
그러던 중 히데요리가 태어나자 후계자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이다.
히데요시는 조카 히데 쓰구와 그의 가족 30명을 반역죄로 몰아 참살하면서 갓 태어난 히데요리를 후계자로 내 세웠다. 그러나 핏덩어리의 장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측근 권신그룹인 봉행(재정 심복), 대로(보좌관) 들과 범과 같은 전국의 다이묘(大名)들로부터 후계자를 잘 섬기도록 하겠다는 맹세를 몇차례 씩이나 받아 냈다.
심지어 죽기 몇달 전에도 다시한번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5명의 대로들로부터 히데요리를 돕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다.
끝내 사후 세습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죽었을 당시 히데요리 는 불과 6살에 불과했다.
그러나 권력 독점의 야망에 불탔던 이에야스는 히데요리를 돕겠다는 서약이나 맹세는 휴지조 각처럼 버리고 히데요시가 죽은지 17년 후 오사카성(히데요 리의 본거지)을 함락하며 히데요리를 자살로 내몰고 마침내 250년간 이어지는 에도시대의 막 을 열게된다.
장고 끝에 드디어 김정일은 삼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모양이다. 그것도 세습이라는 방식으로.
임진왜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김일성과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 만으로 3대 후계자에 오르는 김정은.
북한동족 위에 철권정치를 휘두르며 군림했던 절대권력자 김일성은 생존 시 아들 김정일에게 세습을 완료시켰지만 봉건 왕조들 붕괴 후 진행중인 근현대사에서 전대 미문의 3대계승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김정일의 걱정과 불안은 히테요시가 가졌던 그것에 못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사후에도 군부 등 주변 세력들이 지속적인 충성을 보여줄 것인지, 외신 보도가 맞는다면 과도기 적인 장성택의 현대판 수렴청정으로 시간을 번 후 자신의 아들로 하여금 본격적인 권력 장악에 이르게 하는 시나리오인 듯하다.
30세도 않된 후계자가 처하게 될 북한의 사정은 400여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보면 6살 였던 히데요리가 처한 상황에 비교가 안될 만큼의 불확실성의 난국이다.
세습 성공으로 권력의 정상에 오른다 해도 북한의 체제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내부 권력도전은 차치하더라도 인민들의 굶주림과 날로 조여들고 있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력과 제재, 시장경제의 편리성과 개인부 축적의 기회 등의 단맛을 봤던 주민들의 갈증, 북한사회에 더 빠른 속도로 스며들기 시작할 남한의 문화와 민주주의 사조 등은 차기 후계자에게는 어찌보면 내부로부터의 도전보다 더 큰 위험 요소일런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개방과 협력, 핵포기만이 북한체제를 유지시켜주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누가 됐던지 차기 후계자가 꿰어야 할 정책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늦기 전에 말이다.
최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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