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이 세상의 어머니들을 만드셨다고 하지요?
신은 또한 모든 어머니들이 당신같이 지혜롭고, 열리고, 기상이 드높지 못할까, 염려되어 당신, 마빡소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셨나봅니다. 당신과 배추벌레의 편지 한 편, 한 편으로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해서 제 마음의 조각보이불을 만들었습니다. 조각보이불이 완성될 까봐, 그래서 한 땀 한 땀 조각보를 잇는 재미가 어느 날 없어질 까봐, 이었던 조각보를 뜯어 다시 잇기도 여러 번 하면서 이어갔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오늘, 마빡소녀와 배추벌레의 편지글로 만든 조각보 이불은 완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조각보이불은 당신이 어느 날 보았다는 배추벌레의 홍채를 닮았습니다.
“태고적부터 기억되어 내려온 어떤 ‘이해심’과 ‘앎’이 섬세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14k금이나 18k금처럼 단단하거나 고집 세지 않고, 순금처럼 부드럽고 무른, 100% 순도를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조각보 하나하나가 바로 그 홍채인 것을요. 당신의 딸 배추벌레가 제 아이들보다 대 여섯 해쯤 일찍 태어났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요. 그래서 이 조각보 이불을 좀 더 일찍 만들 수 있었다면 이 조각보이불을 제 아이들에게 덮어주고 자장가 대신 조각보 하나하나를 얘기해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제 딸의 아이를 위해 간직하려고 합니다.
당신 말대로 “좋은 목소리와 좋은 얼굴을 가진 할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조각보이불로 말입니다. 가끔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100% 엔젤에 한 발,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100% 엔젤인, 배추벌레의 그림 한 편, 한 편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캐릭터가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살아나옵니다. 당신이 당부하는 대로 배추벌레는 목숨 걸고 할 “죽어도 하고 싶은 것”을 찾은 듯 하군요!
당신이 배추벌레에게 가르쳐준 단어, ‘아름답다’의 간절한 뜻, ‘알고 싶은, 알아보고 싶은’의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당신께 감사의 말을 온 세상에 외치고 싶어 이렇게 당신한테 가 닿지도 않을 편지를 썼습니다.
독자를 위한 설명: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아니, 엄마노릇을 잘 하고 싶은 모든 여성에게 이 책, “100% 엔젤: 나는 머리냄새 나는 아이예요”를 필독서로 권합니다. 마빡소녀 조문채(엄마)와 배추벌레 이혜수(딸)가 쓰고 그린 이 책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성장하는 아이가 써내려간 일기에 엄마가 답글을 썼고, 삽화는 편지를 썼던 그 때의 초등학생 딸이 자라서 일러스트 예술가가 되어 직접 글 내용에 맞게 그린 것입니다.
글 한 편, 한 편에 꼭 맞는,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은 2010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당선작이고, 이 책에 실린 글도 여러 편이 한국의 중학교 대안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책 속으로: “엄마가 끓이는 김칫국은 참 맛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금칫국이라고 합니다. 볶은 김치도 맛있습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싸 가면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볶은 김치에는 쥐포가 들어 있었습니다. 학교 갔다 와서 엄마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김치 볶을 때 쥐포 넣어도 되는 거야?”
“왜 안 돼? 모든 일에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거 아냐? 이건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적인 장난이지!” 엄마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런 게 예술적 장난이라면 우리 엄마는 장난만 하고 삽니다. 창문에 걸려 있던 낡은 커튼으로 내 잠옷을 만든다거나 밥으로 밥 케이크를 만든다거나 할머니 머리를 펑크족 머리처럼 커트를 친다거나… 그럼 ‘예술’과 ‘예술적 장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153쪽 ‘엄마는 장난만 하고 삽니다’에서
이영옥
대학 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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